북한도 4차산업혁명 기술 눈독…AI·VR·드론 등 활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고립된 독재 체제 북한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주목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한 잰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4일 '현대 교육기술의 발전 추세'라는 기사에서 "세계적인 과학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교육에서 인공지능을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심화되고 있고, 가상현실 기술과 증강현실 체계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그것을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 도입하기 위한 사업이 적극화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은 인공지능(AI)을 농업에 적용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주민이 접하는 관영 매체들이 신기술을 소개한 것으로, 교육과 농업 등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는 분야에서 기술 확산을 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물론 군사적 목적이나 원자력 분야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의 김혁 연구원이 지난달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공개한 보고서 '북한의 인공지능 연구: 민간 및 군사적 적용의 잠재성'에 따르면 2022년 북한의 한 학술지에 AI를 적용한 '워게임 시뮬레이션' 개발을 위한 연구가 수행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김 연구원은 해당 시뮬레이션이 가정한 환경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포탄 숫자 등을 계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북한이 생각하는 워게임 환경은 포탄이 이용되는 전술적 수준의 실제 분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 과학자들이 2022년 SCI(과학기술인용색인)급 과학 저널인 '애널스 오브 누클리어 에너지'에 발표한 연구에는 원자로 관리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연구는 AI 기술의 일종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이용해 발전용 원자로인 가압경수로(PWR) 관리를 최적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상현실(VR)도 북한 매체에 자주 언급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7일 "가상현실 기술은 컴퓨터 도형 처리 기술, 다매체 기술, 수감 기술, 현시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북한 학계와 기업이 협력해서 가상현실 속에서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동방강국'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11월 조선중앙TV에 전해지기도 해 VR 기술을 다루는 이들이 적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드론·무인기 분야에서는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총 5시간 동안 한국 영공을 휘젓고는 유유히 돌아가 실력을 과시했다. 미국산 무인기 형상을 본뜬 북한 자체 제작 무인기도 공개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는 전투용 드론 또한 해외에서 들여와 자체적으로 모방형을 이미 만들었고, 예상보다 더 지능화한 형태라는 분석이 국내 안보 당국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연구는 '전통의 명문' 대학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막을 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23'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정보과학부 인공지능기술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정보기술연구소 등이 2023년 10대 최우수 정보기술 기업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일성대 인공지능기술연구소에 대해 "음성인식, 문자인식, 기계번역 기술을 비롯한 인공지능 응용 기술들을 핵심기술로 확고히 틀어쥔" 곳이라고 전했다.
북한과의 과학적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금지된 사안이지만, AI 등 신기술의 경우 무형적 수단을 통한 전송이 가능한 만큼 북한이 쉽게 손을 뻗칠 가능성이 있다.
김혁 연구원은 "이런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하다면 학계와 민간 분야에서 (북한의 위장 접근 등에 의한) 잠재적인 제재 위반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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