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군사기지 美 ‘3개 항모강습단’ 위력은···英·佛·印 해·공군 전력 맞먹어, 항공기만 240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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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3척, 2017년 후 한반도 첫 집결
3개 항모강습단 가치만 45조 원 규모
순양함 3척·구축함12척·핵잠 6척 투사
웬만한 나라 해·공군 군사 전력 능가해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지난해 10월 1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방문으로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목적도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1월 중순 한반도 인근에 미국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3척이 집결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가 운영하는 군사 전문매체 USNI뉴스에 따르면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1월말쯤 미 해군 7함대 작전구역에 진입하면서 로널드 레이건함(CVN-76), 칼빈슨함(CVN-70) 등 3척의 항공모함이 모였다.

미 해군 7함대 관할 작전구역에는 한반도가 포함된다. 한국작전구역(KTO)에 3척이 직접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인근에 항공모함 3척이 모인 것은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 감행 이후 처음이다. 당시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투입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과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인 후티의 홍해 위협 등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항공모함 1척을 미 해군 7함대 구역에 추가 투입한 것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5~17일에 미 해군 7함대 작전구역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가 동원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도 펼쳤다.

美 항모 3척 집결, 北 6차 핵실험 후 처음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 완충구역에 포사격과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 발사,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 시험 발표에 이어 24일에는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하는 등의 무력 도발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최대의 적국이라고 규정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만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대만 주변 공역과 해상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열 북한대학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한 지역에 항공모함을 3척이나 투사한 것은 다양한 목적이 담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확전 조짐 보다 장기전 양상을 나타내면서 또 다른 군사적 위협 징후가 있는 아·태지역 억제에 대한 미국의 역량과 의도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바다 위에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은 가진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10개국 뿐이다. 한 척 당 건조 가격은 크기와 추진방식, 탑재 장비 등의 재원에 따라 일반적으로 약 2조5000억 원 ~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유지비는 연간 3000억 원~5000억 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미 해군의 자존심인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함께 모인다면 그 위력을 어느 정도일까.

초대형 규모의 항공모함은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다. ‘항모강습단’의 부대 편성을 통해 항공모함을 비롯해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 군수지원함, 핵추진 잠수함, 조기 경보기, 대잠 및 해상 작전 헬기, 최신 전투기 등과 함께 이동하며 적의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대규모 지상 작전 지원을 수행한다.

김명수(왼쪽 세번째·팔에 태극기를 단 사람) 합참의장이 지난 1월15일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CVN-70)에 방문해 항공기 이·착륙 등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합참

미 항공모함 1척이 탑재하는 항공기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등 80여 대에 이른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군함과 전투기,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항모(칼빈슨호) 강습단의 전체 전력이 140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미 해군 3개 항모강습단은 45조원 규모로, 올해 국방 예산 59조4000여 억 원과 비교하면 한국의 1년 국방비 7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항모 1척의 제원을 보면 길이 333m, 너비 77m로 갑판 크기가 축구장 3개와 맞먹는다. 높이는 63m다. 격납고에서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을 갑판 위로 이동하는 데 쓰이는 엘리베이터만 해도 길이 30m, 너비 20m가량이다. 만재 배수량은 9만7000t에 달한다.

함재기는 슈퍼호넷(F/A-18 E/F)·호넷(F/A-18)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 호크아이(E-2C), 방해 전파를 발사해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는 그라울러 전자전기(EA-18G),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상작전헬기(MH-60 R/S) 등을 비롯한 각종 항공기 70~80여대로 이뤄진 8개 비행중대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3개 항모강습단 규모 韓국방비 75% 달해

핵심 공군력인 F/A-18 전투기는 최대 속도가 마하 1.7에 달하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GPS유도폭탄인 JDAM을 11발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항모강습단의 눈 역할을 맡는 호크아이에 탑재된 AN/APS-145 레이더는 반경 550㎞까지 탐색하고 2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한번에 탐지하는 게 가능하다.

원자로 2기를 이용해 4개의 증기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26~28만 마력에 달한다. 최대 속력은 30노트(시속 55㎞) 이상으로, 20년 동안 연료 재공급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근무 장병은 4000~4200명이고, 비행부대 장교가 220명, 사병은 1200명 안팎이다. 함대 장교는 160명, 사병은 2700명 정도다.

항모를 따라다니는 9600t급 이지스 구축함과 9600t급 미사일 순양함, 군수지원함,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 등도 함께 한다. 따라서 미 항모 3척이 움직이면 순양함 3척, 구축함 9~12척,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3~6척이 집결하는 셈이다. 웬만한 나라의 해·공군 군사 전력을 능가한다.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연합뉴스

순양함은 총 24개 표적을 한번에 대응할 수 있고, ‘시스패로 함대공 미사일’과 최대 사거리가 2500㎞인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탑재돼 항모 전단의 핵심 화력으로 활용된다. 일부 순양함은 바다의 사드라 불리는 ‘SM-3’ 요격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구축함 역시 탄도미사일 요격용 ‘스탠더드-2 미사일’과 토마호크로 무장했다. 통상 항모 전단을 상시 호위하는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은 12개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1개 항모강습단이 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은 1000발 정도다.

이처럼 합동 해상훈련에 참가하는 3개 항모강습단의 전력을 보면, 투입되는 항공기만 240여 대로 중소 국가의 공군력을 능가한다. 영국과 프랑스, 인도 전체 해·공군 전력과 맞먹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훈련에 동원도는 병력만 해도 1만8000명 안팎이다.

경우에 따라서 초대형 상륙강습함도 동원될 수 있다. 이 경우에 항모강습단의 위력은 훨씬 강력해진다. 상륙강습함 와스프함(LHD-1)의 경우 배수량 4만1000t으로 웬만한 중형 항모와 맞먹다.

1개 항모 쏘는 토마호크 미사일만 1000발

예를 들어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일본 오키나와의 제31 미 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원 2200여 명을 실어나르고 화력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F-35B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CH-53·CH-46 중형 수송헬기, AH-1W 공격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 31대의 항공기 탑재도 가능하다. 1개 항모강습단의 공격력은 배가 되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해군 3개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인근에 집결한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강력한 힘과 의지를 북한에 보여주고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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