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2배속’도 이젠 지루해” 유튜브 영상들 AI로 줄글로 압축하는 요약 세대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최근 하루에 두세번씩 인공지능(AI) 요약 사이트에 접속한다. 25분 가량의 부동산 정보 유튜브 영상 주소를 이 사이트에 복사해 넣기만 하면 1분여만에 주요 내용을 글로 요약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만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요약문과 함께 스크린샷, 녹취 스크립트도 띄워줘서 영상을 보지 않고도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박씨는 “25분짜리 영상도 5~6분이면 다 파악할 수 있어서 출퇴근길에 많이 사용한다”며 “역사 지식이나 정보성 동영상들은 이렇게 요약해서 보는 습관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이처럼 수십여분 분량의 영상을 보지 않고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줄글로 요약해 핵심만 파악하려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영상 1.5배속이나 2배속 시청 트렌드를 넘어 최대한의 ‘시성비(시간+가성비)’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일상적 바쁨과 경쟁이 일상화된 ‘분초사회’(분초를 다투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경향)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20분짜리 영상을 줄글로 빠르게 요약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구글 앱스토어에 있는 한 애플리케이션은 관심있는 유튜브 채널을 등록해두면, 새 콘텐츠가 올라올 때 알림을 주고 4~5줄의 개요와 요약문을 제공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크립트까지 제공해 영상을 재생하지 않고도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 사용 후기에는 “유튜버들이 수익을 창출한다고 억지로 늘려서 쓸모 없는 내용이 많은데 영상을 안 보고도 핵심을 알 수 있어 좋다” “유용하고 편리하다” 등의 글이 달렸다.
시성비를 따지는 이들에게 ‘영상 2배속 시청’이나 ‘요약본 시청’은 일반적인 시청 형태가 된 지 오래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자사 IPTV 가입자 중 VOD를 시청한 고객을 조사한 결과, 영화나 드라마를 정상 속도보다 빠르게 보는 고객 비율이 39%였고 전체의 20%는 2배속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1월 월간 순 방문자(MAU)가 1258만 명이었는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편집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몰아보기 영상의 조회 수가 1381만 회였다.
대학생 김모(27)씨는 “시간은 부족한데 보고 싶거나 일상 대화를 위해서 봐야할 콘텐츠들은 많으니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며 “짧은 콘텐츠들에만 노출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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