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사육장서 13명이 시작… ARM은 어떻게 반도체 강자 됐나

유지한 기자 2024.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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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 시각)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주가가 하루만에 48% 폭등해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7% 상승했다. 애플, 구글 같은 주요 빅데크에 비하면 생소한 회사일 수 있지만, ARM은 반도체 산업에서 강자로 평가 받는다. 스마트폰에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설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해서 퀄컴, 엔비디아 등이 ARM의 반도체 설계도를 사용한다. 최근 제임스 애슈턴이 지은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ARM에 대한 관심이 크다. ARM은 어떤 회사이고, 어떻게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가 됐을까.

◇칠면조 사육장으로 쓰던 헛간에서 시작

ARM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ARM이란 이름은 1983년 영국 에이콘 컴퓨터가 시작한 칩 설계 프로젝트 ‘에이콘 RISC 머신즈(ARM)’에서 유래했다. RISC는 반도체 칩이 가동되는 중 명령어가 전체의 20% 정도만 사용되는 것에 착안해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에 집중한 방식이다. 명령어를 잘게 쪼개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1990년 에이콘과 애플이 조인트벤처를 만들면서 ARM은 독립법인이 됐다. 애플은 당시 맞춤형 설계를 원했고, 대기업들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ARM은 당시 세계 최대 칩 회사인 AT&T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사명은 애플의 요청으로 에이콘이 어드밴스드(Advanced)로 바뀌었다. ARM은 케임브리지에서 13㎞ 떨어진, 과거 칠면조 사육장으로 썼던 헛간에서 처음 13명으로 시작하게 된다.

ARM이 시작한 헛간./arm community

◇애플·노키아와 협력하며 성장

ARM은 애플의 선택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ARM의 설계가 적용된 프로세서는 1993년 애플의 PDA인 뉴턴에 적용됐다. 같은해 핀란드 노키아 핸드폰에도 ARM의 프로세서 탑재됐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2010년대 사물인터넷(IoT)가 발전하면서 ARM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주요 고객사들은 ARM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에 따른 로열티를 ARM에 지급한다.

ARM은 2016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에 따르면 2016년 7월 3일 튀르키예 남서부의 항구도시 마르마리스에 위치한 ‘파인애플’ 레스토랑 1층을 한 회사가 통으로 예약했다고 한다. 일행은 ARM의 사이만 시거스, 스튜어트 체임버스 ARM 회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알록 사마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단 4명. 소프트뱅크는 종가보다 43%, 최근 3개월 평균 주가보다 69% 높은 수준인 240억 파운드에 ARM을 인수했다. 이제는 모두가 눈독 들이는 회사가 됐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독과점 우려와 업계의 반대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ARM 설계 칩이 적용된 노키아의 핸드폰./arm community

◇매초 1000개씩 칩 추가

현재 ARM은 세계 각국에서 특허 68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2500억개의 컴퓨터 반도체에 ARM의 설계도가 담겼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매초마다 1000개의 칩이 추가되고 있다. 특히 ARM은 ‘반도체의 스위스’라고 평가받는다. 누구나 대가만 지불하면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기 때문이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빅테크들이 ARM의 고객사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ARM과의 계약을 2040년까지 연장했다. 치솟는 몸값이 이를 증명하듯 테크 업계에서는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ARM의 입지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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