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 전술, 부실한 리더십…근본부터 변해야 희망 있다[亞컵결산③]
카타르 아시안컵 고비마다 아쉬운 선택
전력강화위원회 후에도 유임 가능성 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가 성공적이었다는 그의 발언과 달리 고비 때마다 악수를 뒀고 이는 우승 달성 실패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성공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4강에 오른 성공적인 대회였다"며 "긍정적인 부분이 아주 많았다. 우리 팀은 분명히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솔직히 (비판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를 꺾었을 때는 모두 행복했을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는 자평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아쉬운 선택을 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부터 클린스만 감독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박용우가 전반 9분에 첫 경고를 받았을 때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몸싸움을 자제하도록 지시했어야 했다. 중국인 마닝 주심이 경고를 남발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코칭스태프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면 이어진 김민재와 이기제의 경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결국 이후 조규성과 손흥민까지 경고를 추가로 받으며 한국은 대회 내내 옐로 트러블에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수비의 핵 김민재는 바레인전에서 받은 경고에 8강 호주전에서 받은 경고가 누적돼 준결승 요르단전에 나서지 못했고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도 패착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한 상황에서 치른 이 경기에서 정예를 다 동원하고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지 못했다.
조 최약체이자 탈락이 확정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베스트 11을 다 선발로 투입했다. 이는 큰 점수 차로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올라 D조 2위인 일본을 만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조 2위가 될 경우 16강에서 이기더라도 이틀을 덜 쉰 상태에서 8강전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많은 경기가 이어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체력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결과적으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면서 조 2위가 된 한국은 체력 부담이 심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차라리 조 1위를 포기한 채 1차전과 2차전에서 뛰지 않은 후보 선수들을 말레이시아전에 투입했다면 적어도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전들의 체력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주전 의존은 요르단을 이끈 후세인 아모타 감독과 차별화된다. 아모타 감독은 16강행을 확정한 채 치른 조별리그 3차전에서 패배를 감수하면서까지 에이스 알타마리를 비롯한 주전 5명을 뺐다. 체력을 비축한 알타마리는 준결승 한국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체력이 고갈돼 움직임이 느려진 한국 선수들은 준결승 후반에는 이렇다 할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한국의 결승행이 좌절된 준결승 요르단전 때 클린스만 감독이 내놓은 선발 명단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준결승에서 결정적인 패스 실수로 선제 실점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는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 첫 대결에서 자책골을 넣었던 선수다. 자책골 탓에 심리적 타격을 입은 박용우 대신 8강 호주전에서 좋은 활약을 한 같은 포지션의 박진섭을 요르단전 선발로 내세웠다면 중원 싸움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아울러 두 경기 연속 연장 접전으로 체력이 소진된 선수들을 그대로 준결승에 넣지 말고 오현규나 김진수 등 검증된 선수들을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면 활동량 면에서 크게 밀리는 일은 피할 여지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은 클린스만 감독이 그간 자신이 해온 말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 대회 개막 전은 물론 대회 중에도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언급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심지어 지난달 27일 16강전 대비 훈련 때는 취재진이 "결승까지 숙박을 연장해도 되느냐"고 묻자 웃으며 "빨리 하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우리는 우승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고 우리 자신을 믿는다. 여러분도 끝까지 함께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정황상 우승을 못 했으니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 자명한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4강 진출은 곧 성공이라는 자평을 내놓으며 자가당착에 빠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팀 운영은 물론 전략과 전술, 언행에서까지 문제를 드러내면서 경질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설 연휴 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아시안컵 결과를 평가할 예정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독일 출신인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같은 나라 출신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지난해 2월 클린스만 선임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석연치 않은 답변으로 일관해 우려를 낳았던 인물이다. 클린스만을 직접 영입한 장본인인 정몽규 축구협회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 이후 유임된다면 대한축구협회는 그 이유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성난 축구팬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만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9월 유럽 원정 평가전 후 아시안컵 후 자신의 상황을 내다본 듯 한 언급을 했다.
그는 당시 "아시안컵이 결국에는 우리의 기준점(벤치마크)이 될 것 같다. 코치진도 마찬가지고 선수들도 일단은 아시안컵에 기준점을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 분들과 언론이 나한테 질문을 던지고 질타를 할 것이다. 그때는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감독의 숙명"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女BJ에 8억 뜯긴 김준수 "5년간 협박 당했다"
- '선거법 위반' 혐의 이재명, 1심서 의원직 박탈형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
- 가구 무료 나눔 받으러 온 커플…박살 내고 사라졌다
- 성신여대도 男입학 '통보'에 뿔났다…"독단적 추진 규탄"[현장]
- 허윤정 "전 남편, 수백억 날려 이혼…도박때문에 억대 빚 생겼다"
- 반지하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혈흔이 가리킨 범인은
- 탁재훈 저격한 고영욱, "내 마음" 신정환에 애정 듬뿍
- '순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양광준 육사 후배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