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못 그리네" 놀림받던 나도?…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 '뚝딱'

최태범 기자, 고석용 기자 2024.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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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AI가 그리는 K-웹툰의 미래 (中)
[편집자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K-웹툰이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났다. 일부 반복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작가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AI는 보조수단을 넘어 K-웹툰의 미래를 새로 그리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자세히 짚어본다.
1.8조원으로 커진 K-웹툰...AI 탑재로 '종주국 파워' 더 커진다

한국이 '웹툰 종주국'의 입지를 다져가는 가운데 웹툰 생태계에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K-웹툰의 영향력이 한층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산업의 총 매출액은 1조8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지속 성장 중이다.

전세계 웹툰 시장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가 2021년 37억달러(약 4조9200억원)에서 2030년에는 561억달러(약 74조6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K-웹툰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웹툰산업의 성장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웹툰 시장의 AI 기술 도입이 고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웹툰 제작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IP(지적재산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웹툰 관련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활용되는 주요 기술은 △작가의 작업을 효율화하는 창작 보조도구 △웹툰의 애니메이션화(化) △웹툰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주는 애널리틱스 등이다.

네이버웹툰은 자동채색 서비스 '웹툰 AI 페인터'를 내놨다. 수작업을 벗어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색칠이 가능해 채색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을 줄여준다. 이미지에서 캐릭터만 추출하는 '웹툰 AI 에디터', 작가의 화풍을 학습해 작업할 수 있는 AI 툴도 개발 중이다.

네이버웹툰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독자 입장에서도 웹툰 감상 경험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셀카를 웹툰 그림체로 바꿔주는 '툰필터'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웹툰 사업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인력 확대에 나섰다. 이를 통해 웹툰 관련 다양한 AI 툴을 출시할 계획이다. 웹툰 독자와 창작자가 더욱 긴밀히 연결돼 독자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창작자에게는 더욱 확장된 가치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AI로 콘티·채색 등 제작 지원…'콘텐츠 업사이클링' 까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7일 서울 강동구 미래교육혁신센터에서 열린 2023 강동구 진로직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웹툰작가 체험을 하고 있다. 2023.10.27.

웹툰 AI 기술 스타트업들의 주요 영역은 작가들의 화풍을 학습해 작업을 효율화하는 쪽에 집중돼 있다. 라이언로켓의 '젠버스', 크림의 '에이드', 오노마AI의 '투툰'을 비롯해 언리얼 엔진으로 웹툰의 고품질화와 스케일업을 돕는 리얼드로우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 안에서도 차이점은 있다. 젠버스는 캐릭터 고정 기술력과 동작 제어 기술을 핵심으로 웹툰 제작 속도를 높이고, 에이드는 단순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선화 △채색 △명암 등 3개 레이어에 대한 생성과 각 레이어의 분리를 통해 작가가 간편히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투툰은 밑그림이나 채색 등 제작 후기단계에 집중한 다른 기업들과 초기 작업인 콘티 제작부터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장을 입력하면 콘티가 그려지고 여기에 대사를 넣고 채색만 하면 웹툰이 완성된다. 채색 자체도 AI로 할 수 있다.

리얼드로우는 3차원 콘텐츠 제작 도구로 유명한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는 '고품질 결과물'로 차별화했다. 이외에 웹툰 콘티 툴 '툰다'를 운영하는 콘파파, 특정 상황을 글로 작성하면 이를 웹툰형 그림으로 변환하는 '투닝 매직 AI' 운영사 툰스퀘어의 기술력도 주목된다.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빠르게 미디어 믹스하는 제작 기술을 보유한 투니모션은 웹툰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콘텐츠 업사이클링' 영역을 개척했다. 원작 웹툰의 역주행까지 이끌며 IP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웹툰의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을 제작 초기 단계부터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도 있다. 데이터 기반 웹툰 흥행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늘의웹툰'이다. 독자의 완독 비율, 노출 대비 클릭 비율, 평균 읽은 시간, 성별·연령대 호응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웹툰과 기술의 융복합, 국내외 성공 가능성 높일 것"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4.01.23.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들이 웹툰과 결합할 것으로 봤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기존 출판 만화와 달리 웹툰은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된 디지털 콘텐츠다. 이는 데이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AI 등 최신 기술과의 융복합이 굉장히 많이 이뤄질 것이다"며 "기술 융복합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웹툰이라는 특징을 잘 살리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더욱 많은 가능성들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기술들 간 협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웹툰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기여하는 곳들이 있다. 기술 융복합을 위한 교류·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웹툰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통해 웹툰 종주국 위치를 확고히 하고 '웹툰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작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발표에서 "만화·웹툰이 K-팝, 드라마, 게임에 이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주력 분야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웹툰 종주국답게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 K-콘텐츠의 차세대 주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일석백조' 가능한 K-웹툰의 마법…IP 사업화 뛰어든 스타트업

#116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된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2차 사업화 사례 수다. tvN드라마에 이어 모바일 게임, 뮤지컬로 제작됐고 캐릭터 관련 열쇠고리, 텀블러, 피규어 등 굿즈(머천다이즈 상품)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상품 패키징에 캐릭터를 인쇄해 붙인 도넛, 맥주, 와인까지 등장하면서 식음료 시장에서도 관련 IP가 주목받았다.

국내 웹툰IP(지적재산권)가 헬로키티나 포켓몬스터처럼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슈퍼IP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히트작이 늘고 있고, 캐릭터나 배경 등 작품의 완성도도 갈수록 높아져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웹툰 IP를 활용한 2차 사업화 사례가 영화, 드라마, 단행본 등 영상·출판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전용 굿즈나 생활용품·식음료 패키징에까지 활용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웹툰 작가들의 IP 2차 사업화를 지원하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관 재생산·굿즈 판매 타고 훨훨 나는 K-웹툰 IP"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튜디오, 에이전시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CP)들의 2022년 매출액은 7013억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19년에 비하면 178% 급증한 규모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은 '웹툰IP 기반 콘텐츠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CP산업이 상승하는 것은 웹툰IP 기반 제작이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웹툰IP의 대표적인 2차 사업화 방식은 영화·드라마 등 영상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스위트홈2', '이두나!', 비질란테' 등 30개 이상의 연재 웹툰이 영상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가장 파급력이 크면서도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2차 사업화 방식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국내 웹툰IP도 'OSMU(원소스멀티유즈)'를 넘어 '세계관' 방식으로도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세계관 방식은 웹툰을 그대로 영상화화하는 OSMU와 달리 원작 IP의 캐릭터나 배경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반지의 제왕 등이 대표적인 세계관 IP다.

국내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유의미한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알람'의 경우 핵심 설정이 다른 작가들이 제작한 웹툰·웹소설 5편에 공동으로 적용되며 성공적으로 세계관 IP를 재생산시킨 사례로 꼽힌다.

웹툰 IP 활용한 굿즈를 제작·유통하는 'IP커머스' 분야의 성장세도 거세다.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하반기 자사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웹툰 IP를 활용한 굿즈 판매를 위해 운영한 세 곳의 팝업스토어에는 누적 17만명이 방문했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 2주간 열린 팝업스토어에도 총 1만명이 방문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소비자들의 굿즈 소비 규모도 크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개인의 최대 결제금액은 116만원에 달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매출액과 수익배분 현황은 비공개"라면서도 "IP의 저작권은 100% 작가 및 CP에게 있으므로, 수익의 상당부분은 작가 및 CP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IP활용, 전문가에게"…시장 개척 나선 스타트업들

K-웹툰의 IP 활용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다. 통상 영상화는 전문 제작사들의 영역이지만 SNS(소셜미디어)용 작품으로 재생산하거나 굿즈를 제작하는 시장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투니모션은 웹툰을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다.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화화원행기' 등의 웹툰을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편당 2~4분 가량의 짧은 분량으로 속도감 있게 제작하는 만큼 스토리보드 편집, 그림의 영상화 등 작업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줄인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웹툰의 컷을 영상화하는데서 그치지 않는 것이 강점이다.

마플코퍼레이션은 웹툰IP를 활용한 머천다이즈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상품 제작부터 판매, 배송, 고객응대(CS), 재고관리까지 지원한다. 지난해에만 마플코퍼레이션을 통해 62만건의 굿즈가 거래됐다. 웹툰IP 뿐 아니라 유튜버, 버튜버(버츄얼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의 IP 활용을 모두 지원하지만 매출 상위 50위에서 웹툰 작가(일러스트레이터)의 비중이 32%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다.

리치에일리언은 타 장르의 IP와 전략적으로 협업해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1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는 일본 만화IP를 활용해왔지만 앞으로는 국내 웹툰IP로도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콘텐츠제작사 플레이리스트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웹툰IP를 기반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CP사들도 IP 활용에 적극적이다. 디오리진은 기획 단계부터 웹툰, 게임, 영화, 드라마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IP를 개발하는 스튜디오 스타트업이다. 이전까지 게임 기반의 IP를 주로 제작해왔지만 최근에 웹툰 기반 IP 제작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IP 활용의 성장성이 인정받으면서 시드라운드에서 13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가 설립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나 '신암행어사'의 윤인완 작가가 설립한 와이랩 등도 IP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초기부터 벤처투자를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제작 자체는 작가의 영역이인 반면 IP를 활용해 2차 콘텐츠나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사업의 영역"이라며 "IP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IP를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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