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에서 상관에 'ㅁㅊㄴ인가?'  법정 간 장병, 유죄일까?

유대근 2024. 2. 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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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모 군부대의 한 생활관 단체 채팅방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그는 분대장인 부사관 A씨가 부대 내 다른 채팅방에 개인적인 온라인 계정을 홍보하는 글을 실수로 올리자 이 화면 캡처해 분대원 등 18명이 있는 채팅방에 공유하고 황당하는 취지로 욕설의 초성을 딴 듯한 표현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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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모욕에 해당하지만 경미한 정도" 무죄
'밀고자' 의심 후임 계속 괴롭힌 혐의는 유죄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상관에 대해 'ㅁㄴㅊ인가'라고 표현한 장병이 모욕죄로 기소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뭐지? ㅁㅊㄴ인가?"

2022년 8월 모 군부대의 한 생활관 단체 채팅방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 부대에서 복무하는 장병 B씨가 올린 메시지였다. 그는 분대장인 부사관 A씨가 부대 내 다른 채팅방에 개인적인 온라인 계정을 홍보하는 글을 실수로 올리자 이 화면 캡처해 분대원 등 18명이 있는 채팅방에 공유하고 황당하는 취지로 욕설의 초성을 딴 듯한 표현도 썼다.

이 사실은 A씨 귀에 들어갔다. 병사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의 험담이 오갔다는 사실과 해당 캡처 화면이 모종의 경로로 그에게 전달된 것이다. A씨의 신고를 받은 군 수사당국은 B씨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그 사이 B씨는 전역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군 검찰과 달랐다. 의정부지법은 'ㅁㅊㄴ'이라는 표현은 흔히 온라인에서 '미친놈'의 초성만 따서 사용하는 용어로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글을 올린 채팅방이 비슷한 계급의 생활관 병사들끼리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재판부는 주목했다. 재판부는 "상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직접 대면해 말하기 어려운 병사들이 그들 간 의사소통을 위한 채팅방 내에서 불만을 표시하며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하는 행위는 흔히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것이 군의 조직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를 문란케 할 정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해당 표현은 1회에 그쳤고, 온라인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이 내포한 모욕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원은 B씨가 사건 직후 밀고자로 의심되는 후임을 불러 지속해 괴롭힌 혐의(면담강요)는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채팅방 험담이 사건화된 직후 후임인 C씨를 생활관 등으로 데리고 가서 "네가 사진이나 녹취 자료를 (A씨에게) 준 적 없냐"고 캐물었다. C씨가 "전혀 모르겠다"고 부인했지만 B씨는 이후에도 "할 말 없냐"며 C씨를 압박했다.

B씨는 "후임이 다른 생활관에서 자는 등 문제가 있어서 훈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당시 대화 내용으로 보면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제보자 색출과 추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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