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야 괜찮니… ‘제주의 허파’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의 철새도래지인 습지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습지는 단순히 철새가 쉬어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군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간을 더 이롭게 살 수 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홍수를 조절해 주는 기능과 연안 침식을 예방하는 역할(연안 습지)은 물론, 탄소흡수원 역할과 정수기능(내륙습지)까지 한다. 특히 99%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지역의 지하수를 걸러주고 정화시켜주는 곳이라는 점에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제주의 허파’다. 또한 생물종의 보고(寶庫)이자 ‘자연의 방파제’ 역할까지 하는 곳이다.
#제주도내 내륙습지 322곳, 연안습지 21곳… 연안습지 속한 해안사구, 마라도 면적의 37배 감소
제주습지보호지역은 환경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한 물영아리오름습지, 물장오리오름습지, 1100고지습지, 제주동백동산습지, 숨은물벵듸등 5곳과 최근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오조리 습지 등 총 6개지역으로 3068㎢에 달한다.
제주도 조사에 따르면 도내 습지는 내륙습지가 322곳, 연안습지가 21곳이 있다. 주로 구좌읍과 한경면, 서귀포 성산읍과 대정읍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세계 습지의 날(매년 2월2일)을 맞아 지난 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오조리 연안습지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념’ 제주동부지역 습지보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주도내 연안 습지의 경우 해안도로 건설과 연안 개발 등으로 인해 그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특히 연안습지에 속하는 해안사구가 과거 13.5㎢에서 현재는 2.38㎢로 줄어 마라도 면적의 37배가 감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내륙습지의 67~70% 사유지… 훼손돼도 법적 제제할 수 없어
그는 지난 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담수인지 해수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어 관리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지번이 부여되면 내륙습지로 보고 지번이 없는 공유수면에 해당되는 곳은 연안습지로 보고 있다”면서 “내륙습지로 보호 지정된 곳은 322곳 중 5곳에 불과해 어떤 개발제한도 받지 않아 훼손·매립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부분이 67~70%가 사유지여서 법적인 제재를 취할 수도 없다”면서 “사유지를 매입하는게 가장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보전관리를 위해 토지주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 보전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습지관리 보전하는 정책이 잘 마련해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습지정책사례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습지의 순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습지총량제 주(州)의 수를 증가시키고 최근에는 습지총량제에서 더 나아간 형태로 습지총량 증가를 추진하는 형태의 습지보전계획을 지역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습지총량제를 통해 55만㏊(5500㎢) 이상의 습지를 유지하고 17만㏊(1700㎢) 이상의 습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3~2027년 제4차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해 2027년까지 내륙습지보호지역을 2022년 대비 9.17% 증가한 150㎢까지 확대하고 연안습지보호지역을 1497㎢에서 158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륙습지보호지역내 사유지 매입과 훼손지 복원, 갯벌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및 지역방문자센터 건립 추진, 내륙·연안습지의 복원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대, 인공습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캐나다 습지총량제 도입… 해수부, 오조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그렇다면 제주는 어떨까.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오조리 연안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습지보호지역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과 ‘습지보호법’에 따라 해양생태계 및 경관 등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에 지정된다. 오조리 연안습지 지정은 국내에서 17번째다. 해수부가 제주에서 지정한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이다. 지정 면적은 24만㎡다.
오조리 연안습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다수의 멸종위기 조류 등이 확인된 덕분이다. 해수부는 “오조리 연안습지에 멸종위기종인 물수리와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다”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판단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했다”고 밝혔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도 “오조리는 내부 면적이 155㏊, 평균 수심은 120㎝ 정도이며 바다와 연결된 내만이었으나 갑문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저수지의 형태를 띠게 됐다. 갑문 다리를 통해 바닷물이 유입되고 고성천으로부터 민물이 흘러들어오는 기수역”이라며 “주변으로 갈대밭과 해송숲이 넓게 형성돼 있어 바람막이 역할과 함께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피난처이자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황새, 고니, 매, 흑기러기, 말똥가리는 물론 논병아리류, 오리류, 물닭 등 200여종의 다양한 겨울철새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제주에서 철새들이 머무는 곳인 ‘철새도래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해안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기존의 철새도래지인 습지들이 개발 등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쫓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한 곳도 못한 제주도, 보호지역 후보지 기초·정밀조사 용역 착수
한편, 제주도는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나설 방침이다. 2022년 제주 습지보전실천계획의 세부실천과제를 선정해 중점 추진하고 습지보호지역 지정 내실화를 위한 보호지역 후보지 조사에 나섰다. 이를 위해 주요 내륙습지 기초·정밀조사 용역을 1억 4800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11월 7일부터 2025년 2월 6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기초조사 용역은 올 12월 이후 나올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 자체적으로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면서 “322곳 습지 상황을 파악하고 현재 습지의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 기초조사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보호지역 후보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진행되는 습지조사가 끝이 아니라 정밀조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보다 철저하고 세밀한 조사를 통해 보호지역을 넓혀 나가겠다”며 “민관협력을 강화해서 습지의 보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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