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승점 3점 땄다' 페퍼저축은행, 충격의 21연패... 여자부 최다 연패 신기록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1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실점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끝내 반전은 없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이 리그 최다 연패 신기록을 썼다.

페퍼저축은행은 10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IBK 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0-3(14-25, 12-25, 19-25)으로 패했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2승 26패, 승점 8로 V리그 여자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5위 IBK 기업은행은 2연승으로 13승 14패(승점 39)를 기록, 4위 정관장(13승 14패·승점 41)을 2점 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충격의 21연패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10일 GS칼텍스전(3-2 승) 이후 무려 3개월간 승리가 없다. 종전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 인삼공사(현 정관장)이었다. 당시 KGC 인삼공사는 20연패로 단일 시즌과 통산 부문 최다 연패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그 기록을 넘어섰다. 이미 창단년도인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에 걸쳐 20연패를 당해 통산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작성했던 페퍼저축은행이다. 그러나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한 끝에 단일 시즌과 통산 부문 최다 연패의 불명예를 동시에 안았다.

21연패의 과정도 결코 좋지 않았다. 21경기 중 셧아웃 패가 무려 9번이었고 따낸 승점은 고작 3점이었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탓에 이젠 남자부 최다 연패 기록도 깨질까 두려운 상황이다. 남자부에서는 KEPCO(현 한국전력)의 2007~2008, 2008~2009시즌에 걸친 27연패가 통산 부문 최다 연패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패 역시 2012~2013시즌 KEPCO가 25연패로 기록을 가지고 있다.

IBK기업은행 선수단이 10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10일 IBK기업은행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이날도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공격성공률 25%, 9득점의 박정아가 최고 득점자일 정도로 공격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범실에서 8 대 15로 크게 밀렸을 뿐 아니라, 블로킹 득점 3 대 10, 리시브 효율 30% 대 40.91% 등 높이와 수비에서도 크게 밀렸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선발 세터 이고은을 1세트 도중 박사랑으로 교체해 3세트 끝까지 끌고 가는 강수를 뒀음에도 공격에서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반면 지난 경기에서 5연패를 끊어낸 한국도로공사는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가 20점, 황민경이 11점, 표승주가 10점으로 삼각편대가 두 경기 연속 원활하게 돌아갔다. 중앙에서도 최정민, 김희진, 임혜림이 각각 9점, 4점, 3점으로 21점을 합작하며 페퍼저축은행 공격진에 절망을 안겼다.

경기 분위기가 한쪽으로 기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1세트 초반 IBK 기업은행이 7-6으로 앞선 상황에서 아베크롬비의 백어택, 황민경의 3연속 득점이 연달아 터지면서 점수는 순식간에 5점 차로 벌어졌다. 박정아가 2연속 득점으로 따라붙었으나, 아베크롬비의 2연타에 이은 황민경의 서브 에이스가 작렬하면서 페퍼저축은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IBK 기업은행은 최정민의 블로킹 득점으로 20점 고지를 밟았고 황민경이 퀵오픈으로 1세트를 마무리했다.

2세트에도 페퍼저축은행이 끌려가기 바빴다. 이번에도 시점은 비슷했다. 6-6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아베크롬비, 표승주가 번갈아가며 점수를 올렸다. IBK 기업은행의 공격이 양쪽에서 터지는 동안 페퍼저축은행의 공격은 번번이 최정민과 임혜림에게 막혔다. 결국 아베크롬비의 2연속 백어택 득점으로 IBK 기업은행이 20점을 돌파했고 상대 범실에 더블 스코어로 2세트마저 따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1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이 10일 IBK기업은행전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뒤늦게 발동이 걸린 페페저축은행이었으나, 승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3세트 초반 3-8로 크게 밀리자 페퍼저축은행은 세터를 박사랑에서 이고은으로 다시 교체했다. 이고은은 박경현과 필립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15-15 접전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후반 집중력에서 페퍼저축은행의 에이스들은 IBK 기업은행 에이스들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0-19로 IBK 기업은행이 리드한 상황에서 아베크롬비는 퀵오픈에 백어택 그리고 서브 기회까지 알뜰하게 챙기며 차근차근 한 점씩 벌려 나갔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의 공격은 계속해 무산됐고 결국 표승주가 퀵오픈 득점으로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보통 최다 연패를 기록 중인 팀을 만나면 상대팀 입장에서도 많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최근 한 선수는 페퍼저축은행과 맞대결을 앞두고 "페퍼와 맞대결에서는 한두 점만 지고 있어도 압박감이 심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1위' 현대건설전에서 한 세트를 빼앗았다. 3일 한국도로공사전 1-3 패배에 이어 직전 경기인 GS 칼텍스전에서는 5세트 접전을 펼치면서 마침내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또다시 상대에게 부담조차 주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면서 남녀부 통틀어 최다 연패 기록을 걱정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달 16일 4위 정관장, 2위 흥국생명, 6위 한국도로공사, 5위 IBK 기업은행과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