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논란’에 尹 “몰카 공작”···충돌하는 여야, 특검 향방은?[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與,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아쉽다’는 등 반응으로 엇갈려
이달 말 쌍특검 표결에 영향 있을지 주목···매직 숫자 198
양측 모두 100% 장담못해···尹 발언, 이탈표 영향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첫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몰카·정치 공작이라는 윤 대통령 말에 야당은 ‘맹탕 대담’이라며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여당은 ‘의구심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국민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국회의원 선거가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여야 사이 정쟁만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쌍특검(김 여사 주가 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법안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밤 공개된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 입장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 재미교포 목사라는 최모씨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는 듯한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해야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신년 대담은 절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몰카 공작 운운하는 뻔뻔한 변명은 국민의 심판을 부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매정하게 못 끊으면 그게 뇌물인 거고 그걸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검사 시절의 대통령께서 지금 영부인과 가족을 대하는 잣대로 수사를 하셨다면 절대 스타검사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민의 오해와 걱정이 없게 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등 반응도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제2부속실 등의 제도 검토 언급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다섯 글자로 ‘아쉽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처음 입을 열면서, 향후 관심사는 쌍특검법으로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대담 내용이 국회의원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의원들의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 표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특검법의 시행 여부를 가르는 숫자는 198표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안을 법률로서 확정된다. 현 국회 의원 수는 298명으로 이 가운데 민주당이 164석으로 제1당이다. 국민의힘이 113석으로 2위다. 이어 무소속이 12석을, 녹색정의당이 6석을 차지하고 있다. 개혁신당·기본소득당·진보당이 각 1석을 보유 중이다. 이들 의원이 향후 국회 재의 절차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쌍특검법이 재차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가 현 상황으로는 100% 가부결을 장담할 수 없어 양측에게는 모두 ‘이탈표’가 간절한 상황이다. 재의 과정을 거쳐 쌍특검법이 통과·시행될 경우 국회의장은 3일 안에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 후보자 추천을 정당에 의뢰하고, 이로부터 5일 안에 특검 추천권을 가진 정당은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로 후보자 2명을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이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반대로 이에 미치지 못하면 쌍특검법은 ‘없던 일’이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입을 열었으나,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야당에서 대립각을 세울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여당 내 여론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복잡한 심리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에 따라 쌍특검법 표결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쌍특검법 표결이 다가올수록 검찰은 사실상 좌불안석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특검이 출범할 경우 향후 도출될 결과에 따라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라도 특검법안이 발의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표결에 따라 특검 출범 여부가 결정될 수 있으나 검찰은 결과에 상관 없이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이들 의혹에 대해 수년간 수사하고도 100%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특검이 출범해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입증, 피의자들를 재판에 넘겨 유죄가 인정된다면 검찰은 ‘부실 수사’ 등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특검 출범이 백지화되더라도 향후 이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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