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일론 머스크도 이 女판사만 만나면 ‘KO패’[Global Who]
델라웨어 법원의 하버드대 출신 맥코믹 판사
X 인수계약 이행·테슬라 성과급 패키지 박탈
냉철한 판결로 머스크 인생에 치명타 입혀
머스크, "텍사스 이전" 으름장···악연 끝낼까
‘X(엑스·옛 트위터) 인수금액 59조 5000억 원’ ‘테슬라 성과급 패키지 74조 5000억 원’
한 여성 판사의 두 차례 판결로 일론 머스크가 이미 지불했거나 향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모두 합하면 100조 원이 훌쩍 넘는다. 재산이 2106억달러(281조 원)가 넘는 천하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테슬라를 두고 월가에서 ‘머스크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여기에 불을 당긴 여성 판사와의 ‘악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머스크가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558억달러(약 74조 5000억원)의 주식을 토해낼 위기에 처하면서 이달들어 월가에는 머스크 비관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다이와 캐피털은 지난 6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목표가를 195달러로 약 20% 가량 하향 조정하며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의 경영 리스크를 지적했다.
자이람 네이선 다이와 캐피털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슬라 이사회의 핵심 구성원들이 머스크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만큼 경영진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며 "테슬라의 혁신 기술과 장기 투자 능력이 경영진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우려로 테슬라의 주가 변동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업체로서의 경쟁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 판결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의 캐슬린 맥코믹 수석 판사는 테슬라의 소액 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에 대한 보상 패키지 무효화 주장을 인정했다.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 이사회 멤버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 계획 수립에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자산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해 심각한 절차적 결함이 있었다”며 2018년에 결정된 보상 패키지를 무효화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후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머스크 측은 항소할 예정이어서 최종 판결은 상급 법원에서 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향후 테슬라가 머스크에 거액의 보상을 또 결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을 현재 13%에서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해당 보상 패키지가 사라지게 되면 머스크는 세계 부자 1위 자리도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내어줄 수 밖에 없다.
해당 판결을 내린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의 캐슬린 맥코믹 수석 판사는 1년 반 전에도 머스크에 수십조 원의 타격을 입힌 바 있다. 머스크는 2022년 4월 머스크에게 X(옛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는 합의를 했다 3개월 만인 7월 “트위터가 가짜 계정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 트위터는 계약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해당 사건을 맡은 맥코믹 판사는 10월 26일 머스크에게 X(옛 트위터)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의 X 인수는 독이 됐다. 머스크의 기행과 함께 X 내 혐오·가짜 콘텐츠를 방치하는 그의 방침에 핵심 광고주인 대기업들이 광고를 거두면서 관련 매출이 가파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X의 매출이 2022년 44억달러(약 5조 8836억원)에서 지난해 34억달러(약 4조 5464억원)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X의 기업가치도 빠르게 추락 중이다. 뮤추얼 펀드 피델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X의 기업 가치는 머스크가 인수했던 1년여 전 대비 71.5% 폭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머스크는 2022년 440억달러(약 59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했다. 42조 원 가까이 손해를 본 셈이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테슬라 지분도 팔았다.
머스크의 명운이 달린 두 판결이 모두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에서 이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델라웨어주는 친기업적 법률과 세제, 탄탄한 법인 설립 서비스로 기업들의 법인을 유치해 왔다. 하버드 비즈니스 서비스에 따르면 포춘500기업 중 65% 이상, 미국 상장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델라웨어 주에 법인을 두고 있다. X와 테슬라도 같은 이유로 법인 소재지가 델라웨어 주로 같다.
NYT 보도에 따르면 맥코믹 판사의 고향도 델라웨어 주다. 그는 델라웨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철학학사학위를 받은 뒤 노트르담 법과 대학원을 나왔다. 지역법률구조협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정 폭력 희생자를 변호했다. 2018년 델라웨어주의 형평법원 차석 판사로 지명되고 3년 뒤인 2021년 5월 수석판사로 지명됐다.
수석 판사로 임명되면서 법원 소속 7명 판사 중 사건 선택 우선권을 갖게 된 그는 주목도가 높은 기업 소송 대부분을 관장해 왔다.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거침없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재판도 이 중 일부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가 X 인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을 강제하는 재판을 열 것이라고까지 덧붙이며 머스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머스크는 X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머스크는 이번 판결 이후 주주 투표를 통해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현재 테슬라 본사가 있는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법인 소재지를 바꾸면 맥코믹 판사와의 악연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계획을 놓고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투자플랫폼 에이아이벨(AI Bell)의 댄 코츠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의 법인 이전 계획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항상 대안을 모색하는 기업인들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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