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 수익 돈 빼려면 2억 수수료 내놔"…불법리딩방 왜 안 사라질까
고수익 나면 수수료·세금 요구…경찰 "고수익·원금보장 무조건 사기"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A씨는 유튜브에서 주식투자 광고를 보고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입했다. SNS엔 수십명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업체에서 추천한 주식 종목을 투자했더니 단기간에 1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했다. 이후 회원들은 장기간 진행된 공동투자 얘기를 꺼내며 900%의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유혹했다. 이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고 투자를 시작한 A씨는 수익이 발생하자 1억5000만원까지 투자금을 늘렸고 수익이 1000% 나오자 투자를 종료했다. 이후 업체는 선세금을 납부하라며 1억여원을 요구했고 A씨는 이를 따랐지만 수익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어 수수료 명목으로 1억원가량도 입금했다. 그래도 돈을 돌려주지 않자 A씨는 사기임을 알아챘지만 이미 업체는 잠적한 후였다.
SNS로 주식 투자 자문을 해준다고 회원을 받아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 투자 리딩방 사기가 멈추지 않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열풍이 이어지면서 리딩 사기 수법 역시 빠르게 진화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만명 피해, 피해액 최대 1조…소액 수익·바람잡이로 현혹 시작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집계한 리딩방 투자 피해자 숫자는 936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만 2400억원이 넘는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피해 액수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우선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유튜버나 SNS 등을 이용해 무료 투자 정보제공, 급등주 또는 상장 예정 주식, 가상자산 투자 안내 등으로 회원을 모집한다. 불특정 다수에 전화나 문자를 걸거나 과거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를 이용했던 이용자를 다시 노리기도 한다.
이들은 전화·SNS로 피해자와 연락하면서 비상장주식·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고 공개채팅방 참여를 유도한다. 채팅방에 들어가면 수십~수백명의 회원들이 수익을 거둔 사례 등을 늘어놓으면서 피해자를 현혹한다. 하지만 실제론 일당들이 수십 개의 대포계정과 다중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이어 범죄조직이 만든 가짜 HTS에 접속하게 해 마치 자신들이 추천한 종목이 급등하는 것처럼 화면에 뜨도록 한다. 이 HTS는 코스피 지수 등 실시간 데이터와 연동돼 실제 거래소처럼 보이도록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 속기 쉽다. 또한 이들은 처음에 소액 투자를 유도한 후 수익이 발생하면 망설임 없이 수익금을 지급해 피해자자들을 안심시킨다.
범죄조직이 만든 블로그, 인터넷 카페에 주식·가상자산 관련 허위의 호재성 내용을 게시해 놓고 이를 안내해 피해자들이 읽도록 유도하는 것도 수법 중에 하나다.
하지만 피해자가 결국 거액을 입금한 후 큰 수익이 발생해 인출을 요청하면 범인들은 180도 변한다. 이들은 수익금을 출금하려면 세금이나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은 이미 입금한 투자금과 막대한 수익금에 눈이 멀어 수차례 수수료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당들은 피해자에게 충분히 편취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잠적한다.
◇유명인 사칭 회원 모집…'합법·불법 경계' 수사 난항, 계좌 지급정지 안 돼
불법 리딩방은 유명인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손석희 전 JTBC 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금융권은 물론 정·재계, 학계의 유명인들이 사칭에 악용됐다.
그러나 리딩방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운영 방식을 쓰기 때문에 수사에 신속하게 착수하기도 어렵고 법리 다툼도 치열해 처벌도 미약한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불법행위가 발견될 시 수사당국이 계좌에 지급정지할 권한도 없어 피해는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에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 사기에도 피해의심 계좌나 전화번호의 일시중지 요청 등 임시조치가 적용될 수 있도록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방지기본법은 사기범죄 대응을 위해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일부 부처에서 반대하고 있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찰은 투자는 반드시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수익까지 낼 수 있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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