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덜어놓고 다함께 산, 산, 산"
젊은 여성 트로트 가수가 100명산을 모두 올랐다. 더군다나 355일 만에 100대 명산을 다 올랐다. BAC 앱을 통해 사진과 GPS로 객관적인 완등을 검증받았다. 평균 3.5일 만에 산 하나씩 오른 셈이니, 일주일에 이틀씩은 산행을 한 셈이다. 지난 1년간 산행에 푹 빠져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트 샛별 가수 장하온씨를 만났다.
"지방 스케줄이 잡히면 근처 명산을 오르고 무대를 했어요. 보통 새벽 2~3시에 출발하면 아침에 산 입구에 도착해요. 해가 뜨자마자 산행해서 정상 인증하고 하산해서 행사장으로 이동해요. 오후에 스케줄 소화하고 집에 가면 저녁일 때가 많죠. 밤 11~12시에 도착한 적도 많아요."
산행으로 인해 살인적인 스케줄이 되는 것 아닌지 묻자, "힘든 건 사실이지만, 하루를 꽉 채워서 보내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며 "산 하나씩 인증하는 시간이 레벨을 높이는 과정 같아서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저는 무대에서 뛰기도 많이 뛰고, 주로 춤을 추면서 노래해요. 지금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력이 좋아졌어요.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가 무대에서 다 쏟아낼 때 전과 달라졌다고 확실히 느낍니다. 예전엔 한 곡 한 곡 부를 때 숨이 턱까지 차올랐었다면 지금은 아랫배 정도예요. 산행 덕분에 더 나은 가수가 되는 것 같아요."
장하온은 2013년 아이돌 그룹 투란으로 데뷔했으나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2019년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에 출연해 본선 3차까지 진출, 가창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으며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MBN 트로트퀸, 라스트싱어, 쇼킹나이트 등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가수 외에 방송 리포터, 낚시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매력은 흥이 넘치는 댄스 트로트 무대다.
"트로트 하면 흥이잖아요. 유쾌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해요. 제 노래 가사 중에 '오실 땐 그냥 왔지만, 가실 땐 그냥 못 가요'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저를 보는 분들이 정말 밝은 에너지를 받아갔으면 좋겠어요."
산행을 시작한 계기는 2022년 마운틴엔터테인먼트 노규선 대표와의 만남 덕분이다. 100명산을 여러 번 완등한 등산마니아인 노 대표는 자신의 소속사 가수 손빈아와 함께 백두대간을 완주하기도 했다. 소속사를 옮기면서 노 대표의 권유로 등산을 접했지만,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 활동파다.
"202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청계산을 오르면서 100명산 도전을 시작했어요. 1년 안에 100대 명산을 다 오르자고 대표께서 권했는데, 내심 그런 권유가 반가웠어요. 한 번도 억지로 산행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올랐을 때를 꼽는다. 지리산이 명산 중의 명산이니, 이벤트를 해보자고 생각한 그녀는 일명 '천왕봉 닭다리 콘서트'를 열었다. 치킨 몇 마리와 콜라를 준비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온 등산객들께 제 노래로 잠시나마 즐거움을 드리고, 저도 힘을 얻어야지 생각했어요. 무거운 부츠를 배낭에 넣고, 무대 의상은 등산복 안에 입고 열심히 천왕봉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아시죠? 12월의 천왕봉 칼바람. 제 무대의상이 조금 살이 좀 보이거든요. 대표님은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며 말렸지만, 무대의상을 입고 노래했습니다.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지금도 보면, 많은 감정들이 목소리에서 묻어 나와요. 평일이고 워낙 추워서 그날 관객은 없었답니다. 아니다. 지리산 산신령님이 보셨겠네요."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매일 아침'을 꼽는다. 산행 자체는 노규선 대표를 비롯해 기획사 직원들과 함께하기에 즐거운 시간이지만, "산에 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느라 졸린 눈을 뜨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완등할 수 있었던 데는 블랙야크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블랙야크 후원으로 등산복과 아이젠, 등산화, 스틱 등 장비를 지원 받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한다. 하지만 평소 비 오는 날은 피해서 산에 다녔는데, 완등식이 있던 지난해 12월 14일에는 지리산 바래봉 우중산행을 했다고 한다.
"100명산 완등한 날,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뿌듯했습니다. 언젠가 저도 산처럼 아무도 베지 못할 멋지고 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100명산 완등은 제 등산인생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등산의 가장 큰 매력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정상에 오를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며, 내 의지를 존중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산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더 많은 산을 오르면서 '사랑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월간山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높은 목소리 톤으로 씩씩하게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명산을 다니면서 등산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등산에 관한한 진심입니다. 온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날까지 장하온의 산행과 무대는 계속됩니다. 지켜봐주세요(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윙크했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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