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위축·공급과잉 지속…석유화학업계 작년 성적 '울상'
올해 전망도 '흐림'…중국발 증설 감소에도 업황 개선 가능성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지속과 중국발(發) 공급 과잉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설비 증설은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를 크게 웃도는 공급 증가량이 얼마나 꺾일지 미지수여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4% 감소한 19조9천491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3천332억원으로 전년 동기(-4천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다.
2022년 2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다 3분기 261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으나, 4분기에 다시 영업손실 3천13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통 석유화학 분야인 기초소재 부문이 작년 한 해 2천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했다.
LG화학은 이차전지(LG에너지솔루션) 등 전 부문을 합산한 연간 영업이익이 2조5천29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석유화학 부문은 1천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적자 폭을 꾸준히 줄여 작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 370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으나, 건설·가전 분야 전방산업 수요 부진과 원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4분기 또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3천5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1조원대 실적을 올린 전년과 비교하면 68.7% 감소했다.
아직 자세한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솔루션의 경우 신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4% 줄어든 6천45억원이었고, 케미칼 부문은 3분기까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내내 저조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축소와 제품 가격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공장 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 확대 등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매년 수출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의 작년 수출 실적도 15.9% 줄었다.
공장을 돌릴수록 공급 과잉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보니 가동을 한동안 중단한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유지보수를 마치고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5개월가량 재가동을 미뤘다. 지난해 10월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동안 2공장을 매각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올해에도 석유화학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말 발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은 중국 중심의 과잉 공급 지속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 영향으로 '흐림'으로 예보됐다.
중국이 최근 4∼5년간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자급률을 높이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는 2013년 대비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틸렌은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원료여서 '유화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115% 수준으로, 202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으나, 업황 개선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많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석유화학 순증설은 제한적이나 중국 중심의 유휴설비에서 출회될 공급 증가량이 스프레드 반등세를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돼 면밀히 관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에틸렌 가동률이 79%에 그친 점을 언급하며 "2024년 신규 증설 규모 감소에도 글로벌 전반의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수요 개선이 나타나더라도 유의미한 업황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은 수년간 지속된 동북아시아 공급 증가가 올해는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 시황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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