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지역소멸을 막는 또 다른 길, '생활인구'
[앵커]
YTN에서는 소멸해 가는 지방 상황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 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지역을 살리는 '생활인구'입니다.
한 지역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도 그 지역의 인구로 보는 것을'생활인구'라고 하는데요.
생활인구가 어떻게 지역을 살리는지 강영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조혜수 씨 사는 곳은 인천이지만 지금은 양양에 머물고 있습니다.
[조혜수 / 인천 미추홀구 : 서울에서 회사 다니다가 퇴사하고 여기 양양에서 일하며 서핑하고 지내고 있어요. (이 날씨에 서핑하면 안 추우세요?) 추워요.]
조혜수 씨처럼 한 달에 한 번 양양군을 방문해 3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을 양양군의 생활인구로 보는데요.
생활인구는 무엇일까요?
[유선종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주민등록 인구와 외국인 등록 인구 그다음에 교류 인구 즉 체류 인구라고 표현해서 세 가지 인구를 다 합친 개념인데요.]
[마강래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고. 여기서 뭔가 경제활동을 한다든가 아니면 즐길 거리를 찾는다든가. 그래서 그 지역이 북적북적해지면 그 지역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큰 거죠.]
바다를 마주하고 일을 하는 삽화 작가 허현경 씨 서울의 작업실에서 일을 하다가 집중력을 잃으면 일감을 들고 종종 양양을 찾아옵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워케이션' 역시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하는 사업입니다.
[허현경 /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 우선 일하는 장소를 바꾸다 보니 집중력이 높아졌고요. 답답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을 때 책상에서 고개만 들어도 파도가 보이고, 서핑하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2023년 12월 기준 양양군의 주민등록 인구는 2만 7천710명.
같은 기간 양양군을 다녀간 생활인구는 7만 천936명으로 주민등록 인구의 2.5배가 넘습니다.
생활인구가 늘며 양양군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닌베 도오루 / 죽도해변 카페 사장 : 서핑 때문에 이 바닷가가 유명해져서 우리 가게에도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서 많이 도움이 돼요. 경제적으로.]
[이상길 / 양양군 자치행정과 과장 : 지역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상권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활인구 증가는 저희 양양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의해 도입된 생활인구.
아직은 생소한 개념입니다.
지역마다 생활인구 유입의 문화·생태적 조건이 다르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유선종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사실 생활인구 늘리기 위해서 하는 가장 좋은 모습은 그 지자체 지역의 지역다움을 이렇게 온전히 표출시키는 그러한 노력이 가장 좋은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한 마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모습에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진짜 간판이 너무 예쁘다."
한때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고한읍.
고한 18리는 폐광 이후 빈집이 늘어가는 동네였습니다.
서울에서 NGO 활동을 하던 이혜진 씨는 7년 전 이곳에 내려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나섰는데요.
이러한 노력 끝에 폐광촌은 마을 호텔로 거듭났습니다.
[이혜진 / 사진작가 : 강원랜드가 내 자식, 내 손녀·손자들의 일자리도 책임져주고 있지만, 실제로 저 (강원랜드) 관광객들이 이 마을과 정선 내의 식당들을 이용하는가.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제일 컸어요.]
[안훈호 / 고한 18리 이장 :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었는데, 어르신들과 같이해보고, 같이 만들어서 팔아보고 그다음에 각종 행사도 같이해주시고 하니까 이제는 재미있어합니다. 행사하는걸.]
'마을호텔 18번가'가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로 알려지며 지난해만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견학을 왔습니다.
생활인구 증가를 위해 주민이 주도한 도시재생 사업.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강래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지역주민들의 필요로 스스로 설계해 나갈 때 '톱 다운' 방식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급력을 갖는 거지요.]
[유선종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기존의 주택들을 호텔로 바꿔가면서 사람들이 보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는 건 되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통해서 결과적으로 지역 소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고요.]
당장 정주 인구를 늘릴 수 없다면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에 활력을 넣으려는 지자체와 주민의 노력이 지역 소멸의 대안으로 생활인구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제작 : 강영관[ykk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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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강영관 (ykk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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