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치료휴가, 올 하반기부턴 年 6일...시술비 20회까지 지원[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대한민국이 소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생아는 같은 달 기준 처음 1만7000명대로 줄었다. 11월 기준으로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1만7000명대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이미 세계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이들은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6+6 부모육아휴직제’를 비롯한 다양한 육아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제도 이전에 이미 시행중인데도 제도의 존재조차 몰라 활용도가 떨어지는 ‘훌륭한 육아지원제도’들도 적지 않다. 〈헤럴드경제〉는 ‘아이 낳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지도는 낮지만 알고 보면 매우 유용한 제도들을 하나 하나 소개할 계획이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혜림(가명·36세)씨는 3년 전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좀처럼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고 한 차례 유산의 아픔도 겪었다. 난임치료를 시작했지만 1~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진료비가 10만~30만원씩 들어가는 데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이 씨가 가장 힘든 건 아이를 갖기 위해 휴가를 내겠다고 말을 꺼내는 것이다. 이 씨는 “대다수 난임부부가 '난임치료'를 이유로 휴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같이 출산 의사가 있는 부부들이 보다 ‘편하게’ 난임치료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난임치료휴가제는 사실 이미 6년 전부터 시행 중인 제도다.
지난 2018년 5월 29일 정부는 이들 부부처럼 난임치료로 인한 부담을 느끼는 근로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난임치료휴가제도를 도입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의3에 따르면 사업주는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 근로자가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연간 3일(유급 1일·무급 2일) 이내의 난임치료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사업주는 난임치료휴가를 이유로 해고, 징계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된다. 만약 난임치료휴가를 부여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산부인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불임 유병률은 약 12.5%로 추정됐다. 한국 부부 8쌍 중 1쌍은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국내 난임 치료 환자 수는 65만6465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씨 뿐 아니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83곳의 인사 담당자 중에서도 이 제도를 알고 있는 이는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4%뿐이다. 이러다 보니 난임치료휴가 제도는 ‘쓰임’이 거의 없다. 가장 가까운 통계인 지난 2022년 사용 실적이 4.3%로 6년째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난임치료휴가는 비단 여성 근로자만 받는 게 아니다. 남성 근로자도 받을 수 있다.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의학적 시술행위 기간(시술 직후 안정기·휴식기 포함) 난임치료 근로자라면 쓸 수 있다. 휴가를 신청하려는 근로자는 난임치료휴가 사용일, 신청일 등을 적은 문서(전자문서 포함)를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물론 사용 당일 이전 신청하면 더 좋겠지만, 사용 당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사업주가 요구할 경우 난임치료를 받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또,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땐 협의를 통해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정부는 난임치료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제도를 확대 개편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5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연간 3일(유급 1일·무급 2일)의 난임치료휴가 일은 연간 6일(유급 2일·무급 4일)으로 확대된다. 난임치료휴가 급여도 신설돼 ‘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의3에 따른 난임치료휴가를 부여받은 근로자에게 고용보험기금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지원기간은 최초 2일이며, 지원수준은 통상임금 100%(상한액 16만760원)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난임치료 진료비는 모두 1조378억원에 달한다. 1인당 16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치료비 부담도 각 지자체를 통해 줄여나가고 있다. 당장 2월부터 전체 체외수정 시술 지원 횟수를 20회로 확대하고 1회 최대 11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따른 전국 지자체 공통 지원 사항이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지자체도 있다. 전북 익산시는 지난해 4억3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난임 부부 262쌍에게 620여건의 시술을 지원했다. 그 결과 121쌍(46.1%)이 임신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 용인, 의왕시 등은 올해부터 난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했고, 전남도는 ▷난임 지원 기준 완화 ▷추적조사 기간 단축 ▷대상자 확대 등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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