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5G 알뜰폰’···그사이 통신사가 저가 수요 선점
알뜰폰 점유율 0.8% 불과
“도매대가 비싸 할인 한계”
값싼 5G도 통신사만 유치전
티다·요고·너겟 앞다퉈 강화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알뜰폰(MVNO) 업체들은 여전히 이 서비스 가입자를 거의 모으지 못하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비싼 도매대가 탓에 알뜰폰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뽐낼 수 없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동통신 3사(MNO)와 알뜰폰 간 5G 도매대가를 낮추기 위한 협상이 멈춘 가운데, 통신사는 값싼 5G 요금제를 앞다퉈 강화하며 알뜰폰보다 먼저 가입 수요를 충족하려는 모습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의 5G 요금제 가입회선 수는 지난해 11월 25만 7990개로 전체 3251만 2440개의 0.8% 수준이다. 알뜰폰 회선은 1560만 4342개나 되지만 여전히 LTE 가입자가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며, 이마저도 ‘0원 요금제’ 등 3사의 도매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증가세가 크게 바뀐다. 반면 통신 3사는 LTE에서 5G로 가입자가 꾸준히 전환돼 지난해까지 5G 보급률(비중)이 60%대, 내년에는 70~80%에 이를 전망이며 이에 신규 가입자가 적어져 성장 둔화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통신사와 알뜰폰의 서로 다른 상황을 두고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율이 40%대인 LTE와 달리 5G는 여전히 60% 수준이라 요금 할인에 한계가 있다”며 “5G 도매대가율은 그나마 매년 꾸준히 낮아졌는데 지난해에는 도매대가 협상마저 열리지 않아 동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은 통신사의 요금제를 도매로 들여와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사업이다. 알뜰폰 업체가 벌어들인 요금제 수익 중 통신사에 줘야 하는 도매대가의 비중이 도매대가율이다. 이것이 낮을수록 알뜰폰 업체의 이익이 커지고 그만큼 요금 할인폭도 키울 수 있다.
도매대가율은 요금제 구간별로도 조금씩 다른데 매년 단순 평균을 내면 LTE는 2016년 56.4%에서 지난해 46.9%까지 낮아졌다. 반면 5G 도매대가율은 2019년 70.5%에서 지난해 60.3%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LTE에 비해 5G는 통신사나 알뜰폰이나 요금제 차이가 더 작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매년 도매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도매제공 의무제가 시행되지만 통신사가 도매대가를 부당하게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사후규제 방식이라 우려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도매대가 협상이 멈춘 사이 통신사는 다이렉트(온라인) 요금제를 강화하고 있다. 다이렉트 요금제는 가입자가 자급제 단말기를 별도로 구매한 후 통신사의 유심(USIM)만 온라인으로 가입해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상품이다. 이 같은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사실상 알뜰폰의 주고객과 겹친다. 자급제 가입자 비중이 전체의 25%로 커졌고 정부가 더 저렴한 5G 요금제를 내놓으라고 업계에 요구하는 상황이 맞물려, 통신사가 알뜰폰보다 먼저 저가 5G 수요를 가져갈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KT는 8일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이렉트 요금제) ‘요고’는 5G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올 들어 다이렉트 요금제 서비스 ‘티다이렉트샵(티다)’의 상품 안내 방식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을 개편해 가입 장벽을 낮췄다. KT는 지난달 자사 다이렉트 요금제를 요고라는 브랜드로 개편했다. 월 3만 원짜리 5GB부터 6만 9000원짜리 무제한 데이터까지 요금 구간을 기존 3종에서 13종으로 세분화했으며 청년 가입자는 데이터를 더주는 ‘Y덤’과 전용 멤버십도 제공한다. 최근 유튜브 숏폼 광고를 게시했으며 최근 KT닷컴을 통한 ‘갤럭시S24’ 사전예약자의 68%가 요고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브랜드 ‘너겟’을 출시했으며 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시하고 2030세대 맞춤 편의기능과 콘텐츠도 제공해 아예 ‘통신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너겟은 최근 매일 최대 2시간의 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쿠폰 지급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통신 3사의 이 같은 노력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지만 알뜰폰이 경쟁에서 배제된 이상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LTE 요금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에 도매대가율과 가계통신비 인하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5G도 도매대가율 인하를 위한 정부의 추가 정책과 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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