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TK 대신 '험지 송파' 택한 '尹의 남자' 김성용 "변화 만들 것"
"저는 소위 말하는 용산발 낙하산이 절대 아니다. 제가 원래 했던 지역이었고, 여긴 험지다. 제가 아랫목(정치적 텃밭)에 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낸 김성용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예비후보는 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송파병은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남인순)이 버티고 있는 곳이고, 5번 선거 중에 4번을 이겼던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거여역에 위치한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하철로 1시간20분이 걸리는 곳에 있었다. 예상보다 멀어서 놀랐다는 기자의 말에 김 후보는 "다들 그렇게들 얘기한다"며 웃었다. 송파병은 강남 3구에 속해 있지만 분구된 이래 한 차례(19대 총선, 김을동)를 제외하면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곳이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30대 중반 나이에 윤석열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핵심 요직인 일정팀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동행했다. 대통령실에선 청년정책팀장(3급, 최연소 국장)을 맡아 청년정책을 총괄했다. 대중적으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들이 인정하는 최측근이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이력 뒤엔 대학생 평당원으로 시작해 바닥을 다져온 굴곡의 정치이력이 있다.
김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군대 전역하고 학교에 돌아오니 광우병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이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는데 저는 좀 공부를 해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돼 광우병 시위를 가지 말자는 운동을 하게 됐다"며 "그게 총학생회까지 하는 계기가 됐고 자연스레 정당에 입문한 후 박근혜 캠프에서 이런저런 직책을 맡았다"고 했다.
당내에서 다양한 당직을 맡으며 경력을 쌓은 김 후보는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에서 우승해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2020년 4월 총선에서 당이 김근식 후보를 단수공천하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처음 당협위원장을 맡은 당시 어리다고 무시당했지만, 지역을 떠날 땐 많은 주민들이 울면서 아쉬워했다. 그는 "처음엔 너무 어린 애가 왔다고 괄시당하고 무시당했는데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나가서 정말 열심히 했다. 저같이 평당원으로 시작해 단계를 밟아온 청년당원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돼야 한단 사명감이 있었다"며 "열심히 하다보니 당협을 재건할 수 있었고 막판엔 행사에 1000여명 당원이 참여할 정도로 준비가 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전략공천 받은 김근식 후보에게 모든 인력과 데이터 등을 인수인계했지만 당은 큰 차이로 패배했다. "떠날 때 어머니, 아버지들, 또 친구처럼 동생처럼 여겨주셨던 분들이 울면서 손잡으며 세 가지 얘기를 하셨다. 나이 조금만 더 먹었으면 좋겠다. 결혼했으면 좋겠다. 경력을 좀 쌓았으면 좋겠다." 4년간 세 가지를 이룬 김 후보는 송파병으로 돌아왔다.
김 후보는 "제 고향도 TK(경북 문경)이고 주위에서 권유가 많았지만 이곳에 다시 돌아온 건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는 송파병의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김 후보는 "마천동, 거여동은 강남3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여건이 열악하다. 다세대주택이 많고 전기선도 엄청 꼬여서 화재 위험도 높다. 위례신사선은 멈춰있고 위례 문화부지에 설립하려던 동남권 서울시립도서관은 백지화됐다. 장지동 차고지 입체화한다는 게 돈 10원도 안 들어가 있고, 리클린(음식폐기물 처리 시설) 때문에 악취가 심각하고, 더더욱 문제는 송파구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서 재개발 재건축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시간 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동네로 멈춰있다. 우리 당도 마찬가지"라며 "여야가 방치해둔 동네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이곳은 주민들과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와야 하는데 젊고 강한 제가 적임자라고 확신한다"며 "대통령실에서 국정운영을 해보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고 인적 네트워크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을 직접 만나 투기과열지구 완화와 십수년째 지지부진한 위례신사선 문제를 논의했다. 내달 15일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만난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여당일 때 못한 것"이라며 "저는 기재부 장관께도 얘기했고 대통령실 나올 때도 대통령님께 요청드리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 당내서 청년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의 청년정치가 망하는 이유가 있다. 쓰고 버리기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 때 자천타천으로 청년 리더란 사람 수천명이 모였는데, 그 중에 제가 뛰어나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버텨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 코앞에 두고 청년인재라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 영입하지 말고 최소 2,3년 전에 청년 당협위원장을 공정한 경쟁에 따라 선출해 지역에 내려보냈으면 좋겠다. 바닥정치를 하게 한 뒤에 경선을 붙이는 것"이라며 "노력하면 반드시 대가가 있다는 게 보수의 철학이기도 한데 그런 게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당시보다 2030세대 지지율이 떨어진 데 대해선 "뭔가를 많이 바꿔가고 있는데 청년들한테 확 체감되는 게 없으니 실망을 빠르게 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삶 속에서 변화를 느끼며 조금씩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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