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약발 끝?… 코인 거래량 3분의 1 토막
4월 비트코인 반감기 전후해 거래량 회복 전망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나던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다시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을 받은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세를 이어갈 만한 대형 호재가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이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 세계 929개 거래소의 가상자산 하루 거래량 총액은 515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던 지난달 10일 거래량은 1528억달러였다.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후 1개월 만에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지난달 11일 52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7일에는 132억달러로 줄었다. 이더리움 거래량도 같은 기간 70% 넘게 감소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일별 전체 거래량은 지난달 12일 1546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00억달러를 밑돌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약세를 보이던 지난달 21일 거래량은 336억달러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지난 2021년 전 세계 하루 거래량은 3000억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이듬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대형 거래소인 FTX의 파산 등으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1년 넘게 침체가 지속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후 한 달 만에 가상자산 거래량이 다시 ‘크립토윈터(가상자산 혹한기)’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시장의 회복세를 이어갈 만한 대형 호재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후 차익 실현을 위해 코인을 매도한 가운데 신규 투자 유입도 적어 거래량이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투자가 ETF로 분산된 점도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 가상자산 운용사인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SEC의 승인으로 출시된 11종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지금껏 59억4000만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등 대형 운용사들이 판매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신규 투자가 계속 ETF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를 전후해 가상자산 거래량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평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비트코인은 과거 세 차례 반감기를 지나면서 모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전 반감기였던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11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7배 넘게 올랐다. 이 시기 가상자산 시장의 일별 거래 규모도 800억달러에서 350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 아직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있지만, 반감기 이후에는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반감기 외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유입과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 가능성 등이 장기적으로 가상자산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탈 때 일부 알트코인은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비트코인 투자가 ETF로 분산돼도 더 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몰리면서 전체 가상자산 거래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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