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공룡의 해’…첫 화석 발견 200주년, 연구도 ‘풍성’

이병철 기자 2024. 2.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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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스톨대·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진
스코틀랜드서 쥐라기 중기 익룡 화석 찾아
최신 연구기법으로 익룡 진화 과정 새로 규명
첫 발견 200년 만에 “공룡 시대 복원” 기대
스위스 아탈의 아탈 공룡박물관에서 전시 개막식이 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트리니티' 골격의 모습. '트리니티'는 스위스 박물관에 전시된 최초의 실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이다. /EPA 연합뉴스

1824년 영국 지질학자 윌리엄 버클랜드는 한 기묘한 물체에 ‘메갈로사우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거대한 턱뼈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화석이었다. 당시 살던 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가진 화석의 등장에 학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설명이 나왔으나 이후 이 화석의 주인은 ‘공룡(Dinosaur)’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공룡에 처음으로 이름이 붙은 지 200년이 된 해다. 최근에는 화석 분석 기술과 3차원(3D) 모델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공룡의 생태학적 특징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다. 공룡 진화의 연결 고리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공룡 발견 200주년을 맞아 최근 나온 다양한 공룡 관련 연구 성과들을 정리해 봤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발견된 쥐라기 중기에 살았던 익룡 '케오테라 에반세'의 복원도. 진화된 형태의 익룡이 탄생한 경로를 알아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영국자연사박물관

◇익룡 진화의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 찾았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척추고생물학 저널’에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에서 쥐라기 중기에 살았던 새로운 익룡인 ‘케오테라 에반세(Ceoptera evansae)’의 화석을 찾았다”고 밝혔다. 리즈 마틴 실버스톤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익룡의 초기 진화에 대한 풀리지 않던 실마리를 해결할 단초가 되는 화석”이라며 “우리가 알던 것보다 익룡의 진화가 빠르게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룡은 2억2800만~6600만년 전 중생대에 하늘을 날았던 파충류로, 엄밀하게 보면 동시대에 살았던 육지의 공룡이나 물에서 살았던 수장룡, 어룡과는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익룡이나 수장룡 역시 넓은 의미에서 공룡 연구에 포함된다.

연구진은 2006년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해안 절벽에서 발견된 화석을 분석했다. 분석 과정은 난항을 겪었다. 암석에 단단히 박혀 있어 화석만 따로 채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화석이 묻힌 지층을 큰 덩어리로 떼어내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촬영했다. 촬영한 이미지는 3D로 재구성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익룡의 것임이 확인됐다. 스코틀랜드어로 하늘섬과 날개라는 의미를 담아 ‘케오테라 에반세’라는 이름도 붙였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는 쥐라기 중기로, 공룡들이 가장 번성한 시기 중 한때로 꼽힌다.

익룡은 쥐라기보다 앞선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등장해 백악기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크게 두 종류의 익룡이 시기별로 번성했다. 트라이아스기부터 쥐라기까지는 비교적 체구가 작은 롱코그나타류가 번성했고 쥐라기 후기부터 백악기 말기까지는 프테로탁틸루스아목이 번성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익룡인 프테라노돈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연구진은 케옵테라가 롱코그나타류와 프테로탁틸루스아목 사이의 진화 형태라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두 종류의 익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던 만큼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은 셈이다.

연구진은 진화된 형태의 익룡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분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쥐라기 중기 익룡 화석 대부분이 중국 지역에서 발견됐었던 것과 달리 유럽에서도 이 시기 익룡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실버스톤 교수는 “케옵테라가 살았던 시기는 익룡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면서도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때”라라며 “쥐라기 초기부터 후기까지 2500만년 이상 진화된 형태의 익룡이 전 세계에 걸쳐 존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익룡 '케오테라 에반세'의 화석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분석한 결과. 암석에 단단히 박혀 있는 화석을 3D로 분석해 새로운 익룡임을 밝혔다./영국자연사박물관

◇첨단 기술로 새롭게 쓰이는 공룡 시대

국내 공룡 연구의 권위자인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공룡 연구 초기 경쟁적으로 신종 발견에 나선 것과 달리 최근 연구는 ‘공룡 시대의 복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새로운 종의 공룡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연구자들이 실제 공룡들의 삶이 어땠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룡 연구에는 최신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CT뿐 아니라 입자가속기, 로봇,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당시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공룡의 알이 부화에 얼마나 걸리는지, 공룡이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를 비롯해 여러 생태적 특징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캐나다 캘거리대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7년 CT 촬영과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프로토케라톱스의 알이 부화하기까지 83일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빨 화석에 남은 미세한 성장선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이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는 ‘역진화(리버스 에볼루션)’라고 부르는 기술로 새의 유전자를 변형해 공룡의 특성을 만드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며 “공룡학은 시대에 뒤떨어진 학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면서 이전에 알려졌던 공룡의 진화 과정도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공룡을 파충류로 분류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학계에서는 깃털을 가진 새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융남 교수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육식 공룡으로 추정되는 데이노케이루스가 현재 오리와 닮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룡 깃털 색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화석에 남은 미세한 색소 흔적을 분석할 수 있게 된 덕이다. 과거에는 회색으로만 모사하던 공룡의 모습이 요즘에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같은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최초의 공룡 화석이 발견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최신 기법을 활용한 연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한국에도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많은 공룡이 살았을 것이라는 증거도 조금씩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트리케라톱스 두개골 화석. 올해는 공룡 발견 200주년을 맞아 전 세계 박물관과 학회에서 특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영국 자연사박물관

◇영국·미국서 200주년 기념 학회·행사

공룡 연구를 처음 시작한 영국과 최근 공룡 연구를 이끄는 미국은 공룡 발견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지난달 11일부터 12일까지 행사를 열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을 초청해 학회를 열었다. 영국은 전국을 순회하는 인터랙티브 공룡 전시 ‘다이노마니아’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브리스톨을 시작으로 9월까지 영국 전역의 전시관에서 전시가 이뤄진다.

미국 척추고생물학회는 올해 10월 미국 미네소타에서 공룡 발견 200주년을 맞아 학회를 준비하고 있다. 척추고생물학회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자연사박물관, 캐나다 로얄티렐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2024), DOI: https://doi.org/10.1080/02724634.2023.2298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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