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관광 재개에도 中 유커 왜 안오나… 경기 침체·패턴 변화

최효정 기자 2024. 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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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 中 관광객 202만명… 팬데믹 이전 33% 수준
6년 5개월 만 단체 관광 재개에도 느린 회복세
中 경기 부진에 해외 보다 국내 여행 선호
中 관광객 어려지고 개별화… 쇼핑 보다 체험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202만명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3.5%에 불과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작년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 관광을 재개했음에도 미주(90.3%)나 일본(70.8%)과 비교해 현격히 낮은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 실종에 리오프닝 기대를 받던 한국 면세·여행·카지노 업종도 줄줄이 부진을 겪고 있다.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등 외국인 카지노를 주력하는 기업들 주가는 최근 52주 기준 최저가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등의 힘으로 성장했던 면세업계도 중국 관광객들이 예상만큼 한국을 찾지 않으면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 4512억원으로, 코로나19로 15조원대로 급감했던 2020년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래픽=손민균

과거 한해에만 1000만명이 넘게 한국을 찾던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발길을 끊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내수 경기 침체가 가장 주된 원인이지만, 중국인들의 쇼핑·여행 패턴도 코로나19 기간 크게 변화했다. 관광 업계가 유커에만 의존해서는 과거 영광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실업·부동산 침체에 중국인들 “비싼 해외 못가”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는 주된 이유는 자국 경기 부진이 가장 크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등 각종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했지만 위기론이 지속되는 이유다.

그래픽=정서희

중국 청년 구직난은 심각하다. 지난해 6월(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3%에 달해 석 달 연속 20%를 상회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했다.

차이 밍팡 대만 담강대학 경제학 교수는 “중국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 해외로 여행을 할 수 없다. 중국인의 해외 여행 유인이 크게 줄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중국인들은 비싼 해외보다 저렴한 국내 여행에 몰리고 있다. 고물가로 항공권이나 체류 비용 등이 모두 상승한 상태인데 경기 등 지난 국경절 연휴 때 중국 국내 여행객은 지난해에 비해 71% 급증한 8억2600만명에 달했다.

중국인의 중화권(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순수 해외 국가로의 출국 비중은 2023년 3분기 40.9%로 2019년 3분기 61.3%에서 크게 둔화했으나 철도를 이용한 국내 여객 운송은 전년동기대비 95.8%나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이에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이나 일본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국가도 돌아오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에 속앓이 중이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여행지 1위인 태국은 올해 1~10월 280만명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연간 수치도 2019년(1100만명)의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전성기 30%대 수준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어 한국보다 오히려 속도가 느리다.

중국 경제의 뇌관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위기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때 중국 중산층을 부자로 만들었던 집값이 고꾸라지면서 소비 여력이 사라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불황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통계국 조사 결과, 지난해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해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이른바 ‘1선 도시’에선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최대 14%나 낮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보복여행 수요가 해외 대신 국내로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단체보다 개별·쇼핑보다 체험… 패턴 바뀌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개별여행 선호도가 증가하고 연령층도 낮아진 점도 국내 관광 업계가 단체관광 재개 수혜를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유커에서 싼커(개별관광객)로 변화하면서 쇼핑보다 체험에 중점을 둔 관광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30세 이하 연령층 비율은 2023년 40.6%로 2015년 및 2019년 대비 약 4.8~5.0%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30세 이하인 방한 중국인의 1일 평균 여행 지출 경비(2019년 기준)는 약 331달러로 다른 연령층의 평균 경비인 약 346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변화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방한 중국관광 7대 트렌드로 ① 개별화, 소규모화, ② 여성 주도, ③ 2030 세대 중심, ④ 대량소비에서 합리적 소비로, ⑤ 관광정보 채널의 디지털 전환, ⑥ 더 오래 체류, ⑦ 문화체험 중심의 지출 증가를 선정했다.

실제 방한 중국 관광객의 동반 인원은 2019년 평균 5.1명에서 2023년 2.1명으로 줄었다. 또 방한 시 주요 참여활동에서 쇼핑의 비중은 2019년 95.1%에서 2023년 68.2%로 감소했다.

방한 중국 관광객의 쇼핑 장소 역시 2019년 시내 면세점(54.9%), 공항 면세점(40.5%) 순에서 2023년 시내 면세점(43%), 백화점(35.8%) 순으로 변했다. 지출 항목별로도 쇼핑비가 줄고, 숙박비, 음식점비, 치료비, 문화서비스·오락비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브랜드 찾고 하이난 면세점 가는 중국인들

관광 패턴 변화 외에도 한국은 더이상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쇼핑지가 아니다. 팬데믹 기간 중국인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익숙해지면서 저렴한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 고가 제품은 하이난 등 면세 특구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많아졌다.

자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 확산에 더해 미중 갈등 심화 이후 덩달아 커지고 있는 혐한(嫌韓)정서도 중국인의 한국 관광 선호도 약화에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 하이난 면세점

중국 정부가 ‘제2의 홍콩’을 지향하며 육성하는 하이난의 CDFG(China Duty Free Group)는 코로나19 시기에 세계 1위로 등극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 하이난을 다녀오면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2020년 7월부터 완화된 하이난의 면세 한도는 연 10만위안(1832만원)에 달한다.

이런 변화로 하이난의 면세점 12곳의 지난해 춘제 기간 매출은 약25억7200만위안(488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수치의 3배를 웃돈다.

신지영 현경연 선임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관광 경쟁국 대비 높은 물가 수준 등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인 여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여행의 매력도 제고를 위해 관련 물가의 안정화 대책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현지에서도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 부진으로 인해 상품 재고가 늘고 있다. 가성비를 찾는 이가 늘며 한국산보다 저렴한 중국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해외 여행에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물건을 사서 현지에서 파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진짜 관광객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면서 “이제 ‘유커’든 ‘싼커’든 진짜 관광을 원하는 이들만 한국을 찾는 시대가 됐다. 과거 1억명 이상 해외여행객을 보냈으니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에도 다시 기회가 찾아오겠지만 예전 패턴과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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