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울고 웃은 '2차전지株'···설 이후에도 '관망세'
BYD 1위·가격 인하 등 악재 여파
국내 2차전지 관련주 함께 부진
일시적 반등에도 상승세 기대 일러
전기차 속도조절·밸류업 영향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의 주가가 올 들어 20% 이상 하락하며 국내 2차전지 관련주도 약세를 나타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국내 2차전지주가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캐즘(혁신 제품이 대중화되기 전 겪는 일시적 판매 정체) 구간에 진입한 만큼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 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2.12% 오른 193.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해 말(248.48달러)과 비교하면 22.0%나 빠졌다. 같은 기간 테슬라가 상장된 나스닥지수가 6.5% 오른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도 한 달 새 1834억 달러(약 244조 원) 줄었다.
테슬라 주가는 올 초부터 온갖 악재를 마주하며 크게 출렁였다. 지난달 2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테슬라의 판매량이 중국 비야디(BYD)에 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 급락하며 238.45달러까지 떨어졌다.
2주 뒤 테슬라가 중국에 이어 유럽 전역에서 모델Y의 가격을 최대 8.1% 인하한다는 소식은 또 다시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를 215.55달러까지 끌어내렸다. 이미 테슬라는 지난해 수 차례 가격을 내리며 연평균 판매 단가가 16% 낮아진 상황이다. 가격 경쟁 여파로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7%에서 2023년 9%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달 5일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테슬라 전기차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소식에 주가는 181.06달러까지 하락하며 바닥을 쳤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 주가의 하락은 국내를 대표하는 2차전지주에도 악재가 됐다. 8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 초보다 7.8% 내린 39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066970)(-30.7%), 포스코퓨처엠(003670)(-21.3%), 삼성SDI(006400)(-18.4%), 에코프로비엠(247540)(-15.4%), SK이노베이션(096770)(-13.7%), POSCO홀딩스(005490)(-9.3%) 등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저가 매수의 유입으로 간밤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국내 2차전지주 역시 일시적인 상승세를 타긴 했다. 다만 설 명절 이후에도 2차전지주의 꾸준한 상승 흐름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소비심리가 약화하며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다.
미국 포드는 전기차 개발과 투자에 120억 달러를 투자하로 한 계획을 연기하고 미시간에 설립할 배터리 공장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1년 연기하고 올해 중반까지 4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폐기했다. 혼다와의 보급형 전기차 공동 개발 작업도 백지화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전방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주 실적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리튬 가격이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우려를 키우는 변수다. 리튬 가격은 공급망 내에 재고가 쌓이며 2일 기준 1㎏당 86.5위안(약 1만 5900원)으로 한 달 넘게 보합권에 갇혀있다. 니켈도 전월 대비 1% 하락한 16달러(약 2만 1200원)로 2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국내 업계는 판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어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도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세인 시기에는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2분기까지 판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선언하며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2차전지주에는 악재다. 2차전지 종목은 성장주인 만큼 PBR이 높기 때문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 종목이 2월 증시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PBR이 높은 2차전지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2차전지 산업의 단기 전망이 불확실한 것은 맞지만 성장 잠재성이 분명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다시 성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에 ‘돈나무 언니’로 널리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투자운용 대표는 올 들어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자 69만 주를 쓸어 담기도 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 업체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는 주요 제조사들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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