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가 빨아들일 지방 인구…특단의 대책 없으면 광역시도 소멸 위기”
GTX는 비수도권 인구와 산업을 강하게 빨아들일 거에요. 하지만 예상되는 쏠림의 강도에 비해, 아직까지 지방의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강력한 비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방 광역시도 15~20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 봅니다.
- 마강래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윤석열 정부의 광역교통대책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서 시작해서 GTX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1기 GTX(A·B·C) 노선을 춘천과 강원권까지 연장하고 2기 GTX(D·E·F)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등의 저서를 통해 지역 주도형 균형 발전 정책을 오래 연구해 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러한 GTX 위주의 광역교통대책이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인구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TX는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결합할 것이고, 수도권의 힘이 세질수록 비수도권의 자원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광역교통체계를 통해 지방에 거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집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메가시티’가 지방을 살릴 마지막 방법”이라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TX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GTX는 수도권을 단일 생활권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힘이 굉장히 강해질 것이다. 비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쏠리게 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비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강하게 나오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상되는 쏠림의 강도에 비해 지방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 같다.”
-지방의 위기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인구 15만 이하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붕괴하는 것에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우려의 대상이 지방 대도시나 5대 광역시(울산·부산·대구·광주·대전)로 옮겨갔다. 이런 지역조차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5대 광역시 청년 인구를 100명이라고 봤을 때 매년 1.5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굉장한 수치다. 지금 이 지역은 인구가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GTX 이후엔 수도권 쏠림이 더 심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5~20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광역시가 붕괴되어가는 상황이라면 인근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위 인프라가 인근 대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생존이 대도시와 맞물려있는 상황이라면, 투자도 우선 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GTX 개통 후 적어도 수도권 내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GTX 접근성만 괜찮다면, 수도권 어디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말’이다. GTX 역 중에서도 노선이 여러 개 겹치는, 거점 역할을 하는 곳들이 있다. 같은 GTX 역이라도 이런 역들의 공간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과 문화, 상업과 행정이 밀집될 가능성이 크다. ‘집적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GTX가 개통되면 일은 서울에서 하고, 잠은 경기도나 인천에서 자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 서울 제외 수도권이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없나.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2기 신도시는 광역 교통망 없이 공동주택만 때려짓는다는 비판이 컸고, 그러다 보니 3기 신도시는 조성 당시부터 자족성 강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산업용지와 일자리 용지를 많이 배정했다. 3기 신도시로 일자리가 갈지 안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물론 일자리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GTX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은 깔리게 될 것이고, 지자체도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부가 지방에도 광역고속철도(x-TX)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GTX가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한 것인데, 사업성이 낮은데도 민자유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해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을 나왔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지방에 광역교통망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구체성의 측면에서는 수도권과 차이가 크다. 수도권은 구체적 노선까지 나온 반면, 비수도권은 사실상 선언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 단순한 총선용 공약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광역 철도엔 천문학적 운영비가 든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에 광역철도를 놓는 것이 ‘과잉투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철도망 확충이 실질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한국 경제 발전을 견인한 경부고속도로도 처음 깔릴 때는 수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로가 깔리고 사람들이 모이자 수요가 창출됐다. 수요가 있어서 인프라를 설치하는 때도 있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까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일자리 정책 등을 동시에 마련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이미 ‘집적의 불경제’, 즉 너무 많은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려 발생하는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분산하기 위해 GTX라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수도권 쏠림은 더 심해질 것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것이다.”
-지역 철도망 확충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 중 하나다. 그런데도 비수도권에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나.
“광역철도는 사람이 많은 중심가, 즉 도심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그 도심에서 버스를 통해 교통 수요를 뿌려주는 것이 광역교통망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방 철도역을 가보면, 내리자마자 논밭이 보인다. 철도역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를 두고 인근 지자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하고, 그것을 중재하려다 매우 정치적으로 노선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에게 ‘자해 행위’다.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3도심(광화문·여의도·강남) 아래에 7광역중심, 그 아래 12지역중심이 있다. 큰 거점을 중심으로 중간 거점, 작은 거점이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지역은 느슨한 연결이다. 이곳저곳 이어져있긴 하지만 거점이라는 뼈대가 없다 보니 ‘집적의 이익’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프라 투자의 효과가 나지 않고, 손에서 모래 새듯이 예산만 새 나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의 거점은 어디가 되어야 하나.
“공간의 청사진은 각 지방 지자체들이 협의해서 ‘바텀업’으로 그려야 할 것이다. 일단 큰 거점을 먼저 정하고, 중간 거점과 작은 거점을 만든 뒤, 이것들을 방사형으로 이을지 순환형으로 이을지 같은 논의를 해야한다.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어 문제가 발생할 땐 중앙정부(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서면 된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곳들을 추려내고, 적극적인 투자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부·울·경 지역이다. 지역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초광역권(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결국 각 지자체가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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