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도 웃지 못하는 건설기계 노동자..."체불에 일상 무너져"
[앵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함을 느끼는 설 연휴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입니다.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노동자를, 안동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체불금을 해결하자! 건설노조 단결 투쟁!"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한자리에 모인 건설기계 노동자들.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임금이 아닌 기다려달라는 기약 없는 말뿐이었습니다.
체불이 발생한 고속도로 공사 현장입니다.
곧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아직 일한 대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덤프트럭을 몰며 토사를 나르는 작업을 했던 이성구 씨도 아직 석 달 치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 씨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성구 / 건설기계 노동자 : 아버지로서 해야 할 그런 의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체불이 되다 보니까 집에 들어갈 때도 기가 죽어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됩니다.
법으로 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보니, 제때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노동자들은 주장합니다.
체불이 발생하면 당장 생계뿐 아니라 보험료 등 차량 유지비를 제때 내지 못해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김우현 / 건설기계 노동자 : 서로 나 몰라라 하는 게 현실이 상당히 힘들고 열심히 일해준 죄밖에 없어요. 열심히 일했던 죄밖에 없는데, 인제 와서 돈을 못 준다고 얘기를 하니까….]
건설노조는 집계 결과 139개 현장에서 60억 원에 달하는 체불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현행 법체계상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소영호 / 건설노조 정책국장 (지난 1일) : 현재 심각한 위기를 깨닫고 한 번만 더 신경 써주시고 한 번만 더 점검해주신다면 우리 건설기업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 명절에도 웃지 못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
적어도 일한 만큼만 제때 받게 해달라는 게 이들이 바라는 작은 소망이자 전부입니다.
YTN 안동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근혁
YTN 안동준 (eastj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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