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원인은 '감각 이상'
[앵커]
원하는 것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을 보고 흔히 불나방에 빗대곤 합니다.
이제까지는 불나방과 같은 곤충이 불빛에 달려드는 건 빛이나 온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왔는데요,
사실은 인공조명에 의해 심각한 감각 이상이 유발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소라 기자입니다.
[기자]
어두운 밤 가로등 주위로 나방과 하루살이 등 곤충들이 모여듭니다.
밝은 조명을 향해 달려든 곤충들은 종종 조명 주변에서 사체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영국 연구진이 적외선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형광물질을 붙인 곤충 10종의 비행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형광등이 켜진 곳에서 곤충은 조명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비행했는데, 자세히 보니 측면으로 기울인 채 날고 있었습니다.
비행 궤적을 역학적으로 분석했더니 곤충이 계속해서 빛을 등지고 비행해 나타난 비정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전구가 위쪽을 향하도록 설치했는데도 곤충을 여전히 빛을 등지고 날았는데, 그러다 보니 몸이 뒤집힌 채로 날다가 바닥에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사무엘 파비안 /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 : 곤충들이 몸을 완전히 뒤집어 등을 땅으로 향하게 되는데, 밤에 날기에 좋지 않습니다. 바로 땅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곤충의 방향감각에 이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날아다니는 곤충은 비행 속도가 빨라 중력 외에도 여러 방향으로 가속하는 힘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지상 동물처럼 중력만으로 위아래 방향을 판단할 수가 없고, 빛의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겁니다.
또 곤충은 태양과 달빛을 등지고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진화했는데, 한밤중 달빛보다 밝은 인공조명이 있으면 기울어지거나 뒤집힌 상태로 조명을 주위로 끝없이 비행하게 된다는 겁니다.
[사무엘 파비안 /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 : 지상의 동물은 중력 방향을 판단하기 쉽지만, 날고 있다면 여러 방향으로 힘을 받아 중력의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연구팀은 도시화에 따른 곤충 감소의 원인이 인공조명 때문이라며, 곤충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명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입니다.
YTN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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