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부영그룹 남달랐던 '2월 시무식'…경영 전략보단 출산장려금

이중삼 2024. 2.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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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 의지…세부 내용 아직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년 갑진년 시무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 통상보다 늦은 시무식 개최, 이유 물어도 답변 안 해

-부영그룹이 조금 남다른 시무식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네. 부영그룹은 '2월'의 시작과 함께 시무식을 가졌습니다. 통상 1월 초에 개최해 한 해의 경영 전략과 다짐, 당부 등을 전하는 여타 기업과는 다른 늦은 시무식이었습니다. 시무식에선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중근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시무식에 비해 한 달가량 늦은 이유가 뭐죠.

-안 그래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질의응답 시간에 관련 질의를 했는데, 답을 하지 않아서 그 이유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이후 부영 측에 연락해 재차 답을 들으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다른 질문은 어떤 게 있었죠.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듯한 매체의 질문은 받지 않거나, 질의해도 대부분 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확인하기로는 이날 이 회장에게 출산지원금의 세금 문제를 질문한 한 매체의 질문은 부영과 사전에 약속된 내용이었습니다. 이외 질의도 부영 측에서 요청받은 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짜고 친 고스톱 같은 특이한 질답이었군요. 시무식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도 일반적이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경영 전략 관련 내용은 거의 담기지 않았는데요. 대신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회장은 "기업의 임무는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통념과 상식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존재해야 그 가치가 있다"면서 저출산 문제의 대책으로 임직원이 자녀를 출산하면 한 명당 1억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영보다 규모가 큰 대기업들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파격적인 지원책인데요. 최근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정부에 보조를 맞춘 결정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시무식에선 2021년 이후 출생한 임직원 자녀 70명이 1억원씩을 받아 갔습니다.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 한 가정에서 각각 1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세대에는 임차인의 조세 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시무식 분위기도 남달랐다고요.

-네, 시무식이 열린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 이 회장이 들어서자 임직원의 기립박수가 나왔습니다. 사회자가 마치 군대에서 지휘관이 행사장에 등장한 것처럼 "차렷, 회장님께 경례"라고 말하자, 참석한 임직원들이 일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회장님"이라고 외치는 등 독특한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 많았죠.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진행한 첫 시무식이었는데, 이 회장의 모습은 어땠나요.

-네, 지난 2020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1년여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광복절 특사에 포함돼 취업제한이 풀렸습니다. 이후 제한이 풀리자마자 바로 경영에 복귀했는데요. 1941년생으로 올해 83세의 고령의 나이지만, 거동에 불편함은 없어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발걸음을 조심히 옮기면서도 강단 위로 안전히 올라가 시무식 축사와 내용 발표 등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언론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저PBR주'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 저PBR주 급등세 주춤…알고 보니 '피바람' 약자?

-이번에는 증권가 소식을 들어볼까요. 2월 첫 주 국내 증시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의지 소식에 들썩였다고요.

-네. 이번 주 증시에선 코스피가 모처럼 2600선에 복귀하는 등 강세 중심의 장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코스피 향방을 좌우한 업종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들 업종을 묶어 '저PBR주'라고 부릅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고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저평가된 상장사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만큼, 기존에 PBR이 낮았던 종목들이 혜택을 입은 측면입니다.

-시장 분위기를 엿보면 현대차나 기아, KB금융 등이 급등했다는 말들이 많더라고요. 아마도 투자자들은 이들을 저PBR주로 분류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시가총액이 5일 만에 무려 10조원 가까이 오른 현대차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차는 6일 하루를 제외하고 이번 주 내내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증시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연일 52주 신고가 경신은 물론 최근 3년 중 최고가인 25만원 고지마저 달성했습니다. 지난달 말 대비 상승률은 무려 28.46%에 이르고요.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에 있던 대형주가 한 주 만에 3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자본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초강세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기아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기세를 증명했고요. KB금융의 강세도 유사한 측면입니다. KB금융을 비롯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들이 주가도 이번 주 크게 올랐는데요. 업종 특성상 배당주로 분류되던 금융주들의 PBR 역시 그간 낮게 책정돼 왔기 때문에 저PBR주 바람을 타고 주가가 함께 뛰었다고 풀이됩니다.

-그렇군요. 일각에서는 저PBR주에서 PBR을 '피바람'의 약자라면서 심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던데요. 이 부분은 어떤 의미로 봐야할까요.

-저PBR주가 2월 초 증시를 주도하면서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나 쏠림 현상이 워낙 짙어지다 보니 걱정 반 우려 반 속 나온 말인데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테마주로 변질된 셈이죠. 증권가에서도 "단순히 테마 플레이하듯이 PBR이 낮은 주식을 매수하면 안 된다"면서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의 상승 배경이나 향후 주가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제주은행은 지난주 주가가 무려 50% 넘게 올랐는데요.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한 실적을 발표하자 하루 만에 6% 내리는 등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주은행 PBR 역시 0.83으로 낮았는데요. 투자자들이 저PBR주로 꼽힌 은행주들의 동반 강세가 이어지자, PBR 수치만 보고 매수 버튼을 누른 셈이죠. 주가 상승을 위해선 PBR만 쫓지 말고 실적 등 펀더멘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세부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시점인데요. 또 워낙 단기간에 자금이 쏠렸기 때문에 급등에 따른 되돌림 현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겠습니다. 이 와중에 국내 증시는 설 연휴 기간 휴장에 돌입합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저PBR주에 쏠려 있는 만큼 설 연휴 이후 저PBR주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또 지켜봐야겠습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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