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마저 “도 넘었다”…이스라엘 총리 결단, 국제사회 우려 쏟아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을 예고했다. 라파에는 현재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140만명이 피란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완전한 소탕을 위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며 라파의 민간인 대피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며칠간 전투기를 동원해 라파를 잇따라 타격했다. 이번 성명은 라파에 지상군 병력을 동원해 전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문제는 라파는 이집트 국경과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로,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로 불리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작전에 나설 경우 무고한 피란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도 라파에서 벌어진 공습으로 건물 2채가 파괴되면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8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은 대학살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도적 악몽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호세프 보렐은 “현재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140만명은 도망칠 안전한 곳이 없고 굶주림에 직면했다”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은 이미 끔찍한 인도적 상황과 감내하기 어려운 민간인 희생을 악화시키는 재앙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도 “민간인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라파에 있는 100만명 넘는 피란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할 경우 민간인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우린 그런 작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은 “대재앙과 대학살이 될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유엔 안보리에 즉각적이고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에 자행하고 있는 대량학살 전쟁을 중단하도록 강제하는 결의를 확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흐메드 알 수피 라파 시장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라파에는 14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밀집해 있다”며 “이곳에 대한 모든 군사 행동은 대학살, 피바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고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가량을 인질로 잡아간 뒤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을 벌여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약 4개월 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2만7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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