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한동훈이 흔든 선거판세...與가 140석 1당 된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운명을 건 대결의 장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 운명이 갈린다.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사람은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패한 사람은 후폭풍에 시달리며 엄청난 시련의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과연 선거에서 누가 이길까.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1당이 과반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1당이 140-145석 정도를 얻고 2당이 130-135석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적어도 지난 21대 총선같은 일방적인 게임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상당한 접전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변화다. 연말까지만해도 여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기껏해야 100-120석 얻으면 다행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응한 게임양상으로 가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 후 40여일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상황이 급반전한 요인은 세가지 정도로 분석할 수 있다. 정치신인 한동훈의 참신성과 이슈 선점 능력, 유리한 선거구도 만들기다. 한 위장이 취임한 뒤 이 세가지를 통해 초반 선거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1. 한 위원장의 참신성을 활용한 차별화 행보=한 위원장은 정치신인으로서의 참신성을 100% 활용하고 있다. 예상을 뒤엎은 불출마 선언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국민 여러분'이라는 기존 정치인의 언어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조어를 통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행사장 마다 등장하는 셀카 세러머니는 이제 한동훈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했다. 참석한 시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의자위에 올라가는 모습, 예정 시간을 넘겨가며 끝까지 질문을 받는 자세, 예정시간을 한 시간 이상 넘겨 일일이 참석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정성, 사진을 찍을 때 중앙 대신 코너에 서는 센스 등 기존 정치문법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중학생들을 불러 호떡을 사준 것도 그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000-7000만원 정도의 대표 선물 경비로 어려운 이웃들에 연탄을 기부하기로 한 것도 참신한 발상이다.
취임 후 전국을 순회하면새 내놓은 지역 맞춤형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정치적 고향'(대구), '선거 승패의 키를 쥔 곳'(대전), 프로야구 롯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1992'맨투맨 티 착용(부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찬성(광주) 등으로 지역 정서를 파고들었다.
이런 일련의 차별화 행보는 그의 호감도를 높였고 국민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한 위원장의 긍정평가는 40%후반에서 50% 초반까지로 부정평가에 비해 높다. 이재명 대표가 30% 대 긍정평가에 50% 대 부정평가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 평가서 비교우위를 다진 것이다. 서울 등 접전지역에서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많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여당선 이제 한동훈과 함께하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2. 총선 이슈 선점=이슈 선점 능력도 뛰어나다. 대표적인 게 철도지하화와 구도심 개발이다. 한 위원장 수원 구도심서 이 공약을 하자 이재명 대표가 다음 날 서울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놨다. 구간 정도가 차이가 날 뿐 철도 지하화라는 본질은 같다. 확실히 이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천원의 아침도 마찬가지다. 여당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예산을 두배로 늘려 전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메가시티도 호재를 활용하고 있다. 이 이슈는 원래 김기현 전 대표 작품이다. 이를 총선을 앞두고 김포 구리 등을 찾아 다시 부각하며 수도권 표심을 흔들고 있다. 정권 견제론에 맞서 띄운 86운동권 청산론도 국민적 관심을 상기하는 데 일정부분 성공했다.
정치개혁 이슈는 완전히 야당을 압도한다. 금고이상 형 확정 시 세비반납, 불체포 특권 폐지, 의원정수 50명 감축,출판기념회를 이용한 부정한 금품수수 관행 철폐에 이어 중위층 소득 수준의 세비를 들고 나왔다. 1300만원 수준인 현재 국회의원 월급을 500만원 대로 낮추자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일정 부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행보다.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당연히 국민은 박수를 보내며 환영할 수밖에 없다.
3. 유리한 구도 만들기=선거를 민주당 대 윤석열 정부 또는 이재명 대 윤석열 대통령 구도로 흐르던 선거를 한동훈 대 이재명, 국민의힘대 민주당의 구도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중반대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이 구도를 탈파하지 못하면 선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이 구도에서 벗어나 비교적 긍정 평가가 높은 한동훈 위원장 중심의 선거구도를 만든 것이다.
특히 불리한 지형을 인물선거 대결로 만들어가는 것도 영리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게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이재명 대표 저격이다. 원 전 장관이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국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률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도 비슷하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을 정면 겨냥한 김 위원의 출마 선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물론 사천논란에 김 비대위원이 출마 포기를 선언해 재미있는 대결은 무산됐지만 인물구도의 선거를 부각시키는 데는 일조했다.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전 의원의 중성동갑 출마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대결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한 위원장은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과 운동권인 임종석 중 누가 성동을 살릴까"라는 화두를 던져 관심을 증폭시켰다.
낙동강 벨트의 선거에 중진의 자객 공천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 5선 서병수와 경남 3선 김태호 의원을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김두관 의원 지역에 투입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밀양 3선 조해진 의원의 김해 출전도 당의 요청에 따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세가지를 통해 민주당이 절대 유리하던 선거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민주당이 총선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140석을 차지해 1당이 되는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총선까지 두세번 판세가 요동칠 것이다. 선거를 망치는 헛발질이 나올수도 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이재창기자 leejc@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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