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종갓집도 변화의 바람…“형식보다는 마음이죠”
[KBS 대구] [앵커]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고 가족·친지 간의 화합도 다지는 제사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의식인데요.
전통 예법에 따라 엄격한 격식을 갖출 것 같은 수백 년 종가들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간소하게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이종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 이황이 태어난 종가.
경북 안동에서 5백 년 넘게 터를 잡고 살아온 이 집안의 차례상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습니다.
[최정숙/진성 이 씨 18대 종부 : "검소하게, 화려하지 않게. 그런 게 가훈처럼 돼 있어요. 조상 때부터. 그릇도 좀 줄이고, 크기를 좀 줄이고."]
형식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형편 되는대로 가족끼리 조촐하게 모여 차례를 지냅니다.
과거보다 모인 사람 수나 차례 준비에 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이창건/진성 이 씨 18대 종손 : "옛날 주자가례에도 이미 간소화가 나옵니다. 차례건 제례건 간에 중요점이 조상을 이해하고 섬기는 그런 마음."]
한국국학진흥원이 경북 안동의 40개 종가를 조사해보니, 관행을 고집하는 대신 시대 변화에 맞게 제사를 올린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는 자정에서 저녁 7시에서 9시로 앞당기고, 부부 제사를 합쳐 제사 횟수도 줄였습니다.
[김미영/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종가에서도 이렇게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 가정에서 봤을 때 변화를 시도할 때 상당히 원동력, (변화가) 가속화되는 하나의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백 년을 이어온 종가들이 제사 방식을 간소화하는 모습에서 규모나 형식보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중요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KBS 뉴스 이종영입니다.
촬영기자:김익수·최동희/그래픽:박미선
이종영 기자 (mysh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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