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정몽규 회장 체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높은 확률로 부패한다
[STN뉴스] 이형주 기자 =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높은 확률로 부패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4강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0-2로 패배했다. 한국은 대회에서 탈락했고 요르단은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 64년 만의 정상 도전에 나섰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뤄졌다면 설 연휴 많은 축구 팬들이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하 한국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고, 4강 요르단전에서 유효 슛 하나 기록하지 못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축구에 있어 결과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강팀도 발목을 잡히기도 하고, 약팀이 기적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견지에서 강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고, 약팀이 패배할 확률이 높다.
이번 4강에서 한국은 명백히 우세 팀이었다. 20위 권의 한국, 80위 권의 요르단이 말해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그 증거 중 하나다. 또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세계 최고의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명품으로 벼려내지 못했고 결국 패배했다.
전력도, 선수 구성도 나쁘지 않은 팀이 패배했다. 감독의 책임이 크고, 그 감독을 선임하게 된 시스템의 문제가 패배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감독 선임을 포함한 한국 축구의 시스템은 부패해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을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는 2013년 이후 정몽규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기 초반 혼란을 수습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현재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김판곤 현 말레이시아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국가대표선임위원장으로,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일을 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당시 A대표팀 감독 선임만 보더라도 두 사람은 명백한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감독 후보를 추렸으며,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벤투 감독에게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선임의 이유를 설명한 김판곤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전설로 남아있다.
이후 2022 월드컵까지 이어진 벤투 체제 성적에 대한 긍정론, 부정론 모두 존재한다. 모두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벤투 선임 과정과 이후 그의 시대가 일사불란한 시스템 하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한축구협회를 떠난 이후 정몽규 회장에서 권력이 집중됐다. 이후 시스템 없이 이름값 높은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고, 그 결과는 현재 보이는대로다.
그 뿐인가. 지난 2023년에는 A매치 1시간전에 승부조작범들을 포함한 인원들을 기습으로 사면 시도했다. 공정이 최우선 가치인 스포츠에서 회장이 이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사실 그 행위를 저지르고 나서 회장직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인터뷰에서 "현재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우승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고, 분노한 팬들은 "이게 축구냐?"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스템 없이 선임된 감독의 병폐가 더 크게 드러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이 시급하지만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위약금이 있다. 또 무엇보다도 정몽규 회장의 재가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 현 비상식적이고, 독단적인 대한축구협회의 권력 체계를 보여준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높은 확률로 부패한다. 부패하지 않고 이어진다고 한들 그 운은 한계가 있다. 몇몇 사람들의 독단적인 결정 후 운에 의지하기 보다, 시스템을 통한 올바른 선택들이 이뤄지길 희망하나, 현 체제에서는 쉽지 않아보이는 상황이다.
STN뉴스=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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