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가 뭐길래···올 상반기 열리나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연기되는 모양새
각국 국내 일정으로 상반기 개최도 미지수
올 상반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한국서 만나 나란히 손을 맞잡는 광경을 연출할 수 있을까.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언제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3국 협력의 상징성뿐 아니라 얼어붙어있는 한·중 관계 복원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금석으로 꼽힌다.
3국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중 모두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취임 27일 만인 지난 6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준비를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통화에서 조 장관이 지난해 11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공감한 바 있음을 상기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의를 진전시켜 가자고 제안했고, 왕 위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개최)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측 발표에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양국이 느끼는 중요도에서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한·중·일은 2008년부터 해마다 일본-중국-한국 순서로 돌아가며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해왔다. 그해 12월 일본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2012년 5월 5차까지는 해마다 열렸으나 그해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들어서면서 중단됐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6차 정상회의는 한·일이 위안부 문제 합의에 근접했던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렸다. 3년 반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진상 조사에 들어가면서 한·일 갈등이 다시 격화됐고 중단 위기를 맞았다가 3년 만에 2018년 5월 도쿄에서 열렸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7차 회의가 열린 뒤 4년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라는 삼각 관계 중 한 축이 악재로 작용해 개최 일정이 미뤄져 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굴욕외교’라는 비판 속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해 한·일 간의 악재는 피했지만 악화일로를 걷는 한·중 관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위원이 정상회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당초 공동 기자회견과 친교 성격의 만찬을 추진했지만 왕 위원이 일정 단축을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최근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일이 미국과 연대를 강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이 민감해 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군 확보를 위해 한·일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던 중국이 최근 미·중 대화 국면을 맞아 소극적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일본과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
당초 2023년 개최를 목표로 하던 한국 정부는 2024년 초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아무리 빨라도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3월), 한국의 총선(4월) 이후에나 성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조태열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일정에 비춰서 논리적으로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고 어느 정도 인정했다. 일본 내부 정치 상황도 조속한 개최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일 복수의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4월로 예정된 한국 총선뿐 아니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부진도 염두에 두고 있어서 빨라도 5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3년은 9월에 끝나는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줄줄이 예고된 각국의 내부 정치 일정과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상반기 개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조속한 개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조하면서 “현시점에서 미리 시기를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은 거 같지만 상호 편리한 시기에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