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6.5] 손녀처럼 보이겠지만‥우리 이장님
[뉴스데스크]
◀ 앵커 ▶
전남 완도의 한 시골 마을에는 올해 스물여섯의 앳된 이장님이 있습니다.
손녀뻘 이장이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이젠 이장님 없인 못 산다'고 할 정도로 의지하고 또 예뻐하신다고 하는데요.
디자이너를 꿈꾸던 청년이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 지킴이가 된 사연, 궁금하시죠?
한지은 영상기자가 유솔 씨의 하루를 함께했습니다.
◀ 리포트 ▶
"용암리 이장입니다.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올 예정이니 용암리 경로당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시골 마을에 울려 퍼지는 앳된 목소리.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김유솔 26세/용암리 이장] "올해로 26살이고요, 용암리라는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는 김유솔입니다."
"한번 나 여기서 떨어질 뻔했어" "그렇게 하지 마시고 다음에는 그냥 저한테 말하세요. 아니 이렇게 풀이 너무 많이 자라는 거는 읍사무소에서 말해서…" "어쨌든 난 이 일만 해주면" "만고땡이에요?" "짱!"
"이거 경로당에 갖다 놓으라고요?" "거기(경로당)에서 먹기로 했어." "오늘 문어숙회도 있고 아주…" "노났다 (횡재했다)" "맛있는 냄새 나는데?"
경로당에 들러 점심을 함께하는 건 이제 이장님에게도, 어르신들에게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는데요.
"(문어가) 너무 커서 조금…" "음, 진짜 맛있다!"
같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식구가 된 걸까요?
어르신들에겐 젊은 이장님이 큰 의지가 됩니다.
"이렇게 나오면 다른 건 안 보인다는 거잖아요." "응, 응!" "자 이거는, 밑으로 내려버려." "내려부러~" "내려불면 이렇게 다 나와."
[용암리 마을 어르신들] "이장님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요. 물어볼 거 있으면 아기(자식)들한테 전화 안 하고 이장이 알아서 다 해줘 버리니까요. 든든해요." "무조건!" "무조건 좋아요."
6년간의 짧지 않은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온 고향 완도.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김유솔 26세/용암리 이장] "(서울에서는) 잘한다는 칭찬을 그렇게 많이 들을 수가 없었어요, 평소에는. 그렇다고 제가 열심히 안 살았던 건 더더욱 아닌데도 남들보다 더 잘해 보여야 되고, 더 튀어 보여야 되고. 그런 거에 급급하면서 살고…완도에서는 칭찬을 또 산더미처럼 받거든요. 그런 거에 힘입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장으로서의 업무를 마친 유솔 씨는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돌아옵니다.
[김유솔 26세/용암리 이장] "계절마다 새를 보러 다니거든요. 완도가 아무것도 없어도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곳이라서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유진/용암리 이장 동생] "<넌 다시 서울 안 가고 싶어?> 도시에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럼에도 책임은 내가 져야 되고. 이런 경우가 좀 있었다 보니까…그래도 도시에서 보단 (완도에 와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았나… <응, 맞아.>"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준 고향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겠다는 젊은 이장님.
[김유솔 26세/용암리 이장] "저만 도움을 드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저는 알게 모르게 어르신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 어르신들과 똑같은 어른이 저도 돼서 마을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 정도로 사실은 완도가 너무 좋아져 버려서 이제 어디 못 가요."
취재·구성: 한지은 / AD: 허예지 / 영상편집: 류다예 / 디자인: 전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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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구성: 한지은 / 영상편집: 류다예
한지은 기자(jell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0269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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