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파는 곳인지 모르겠네”···프랑스어 간판·일본어 메뉴판에 ‘갸우뚱’
“얼핏 봐서는 뭘 파는 곳인지 잘 모르겠어요”
서울 용산구 청파동·중구 명동에 가면 영어만으로 표기된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어뿐이 아니다. 프랑스어나 일본어만으로 쓰인 간판도 있다. 부산 전포동, 수영구 광안리 등지에도 베트남어·일본어만 적힌 간판이 곳곳에 걸렸다. 번화가에 외국어로 된 간판이 늘어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외국 같아 이색적이다’ ‘과한 것 같아 이질감이 든다’ 등 반응이 엇갈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정 조치’에 나섰다. 서울 동대문구청은 지난 2일 회기동 일대 중국어 간판이 걸린 식당가를 돌며 한글 병기 계도 활동을 벌였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 7일 통화에서 “비정기적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돌면서 병기를 요청한다. 처벌 규정이 따로 없어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난 2일에는 업체 10여곳을 돌며 한글 병기를 요청했다”고 했다.
부산 부산진구청도 지난해 외국어 간판을 건 업체에 한글 병기 명령을 2건 보냈다. 면적이 5㎡ 이하면서 3층 이하에 설치된 식당 35곳에도 한글 병기 협조 요청을 부쳤다. 구청 관계자는 “매년 외국어 간판에 대한 시정명령, 협조 요청을 해왔다. 이행명령이 부과된 상가 2곳 모두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옥외광고물법상 건물 간판은 한글 맞춤법, 국어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 문자를 쓸 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을 함께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을 처벌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단속을 위해 지자체장이 기준에서 벗어난 광고물을 제거하거나 허가를 취소하는 등 그 밖의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옥외광고물법 10조를 적용하는 방법은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를 그대로 표시하는 경우는 예외다. 많은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여기에 속한다. 간판 면적이 5㎡ 이하면서 3층 이하에 설치될 경우도 신고나 허가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1~2층에 위치한 식당은 자유롭게 외국어 간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메뉴판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구의 한 일식당의 ‘엔화 메뉴판’이 올라왔다. 메뉴판에는 “엔화로 표기된 가격은 ‘0’을 붙여서 원화로 계산해주세요”라는 설명이 적혔다. 가격 외 다른 설명은 한글이었다. 누리꾼들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저렇게 해야 하나” “분위기를 내려고 하는 것이니 이해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메뉴판은 옥외광고물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가 도심에 늘어나면서 도심 경관에 외국어 간판이 더 눈에 띄는 경향이 있다”면서 “외국어 간판이나 메뉴판은 손님을 끌어보려는 차별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순기능보다 상품 이해를 방해해 소비자 권리를 훼손할 여지가 큰 만큼 언어의 정체성을 지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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