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각오로 독하게 해라” KIA 역사를 바꾼 90SV 클로저인데…‘해태 V4 포수’ 아버지는 채찍을 들었다[MD캔버라]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2024. 2. 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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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수술할 각오로 독하게 하고 와라.”

KIA 타이거즈 클로저 정해영(23)은 구단의 역사를 바꾼 선수다.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으며, 최연소 100세이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선동열, 임창용 등 구단을 대표하는 레전드 클로저들의 뒤를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다.

정해영/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통산 218경기서 16승19패12홀드90세이브 평균자책점 2.89.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지만, 정해영은 비판도 많이 받았다. 구위와 스피드가 타자를 압도할 정도가 아니어서, 때때로 아슬아슬한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마무리의 강인한 이미지를 갖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런 상황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이 정해영이 데뷔 초반과 비교해 발전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정해영이 하체를 이용하지 못하고 상체로만 던지는 모습을 지적했다. 중심이동을 좀 더 원활하게 하면 구위와 스피드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정해영은 비활동기간에 구단이 주최한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캠프에 다녀오며 야구의 스펙트럼을 또 한번 넓혔다. 10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만난 그는 “너무 좋았다.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은데, 다녀오길 잘 했다. 신기한 게 많았다”라고 했다.

드라이브라인에선 미세한 신체 움직임을 데이터화해 선수에게 제공하는 장비가 있다. 선수에게 맞는 투구 폼과 밸런스, 구종 등을 제시해준다. 정해영은 “내 몸에 맞는 웨이트트레이닝 프로그램, 피치 디자인을 받았다. 단기간에 달라지는 건 아닌데, 폼도 보완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가 시애틀에 동행했다. 그때 얻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해영에겐 투구과정에서 힘을 쓰는 구간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해영은 “던질 때 힘을 쓰는 타이밍을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 몸의 스피드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구단 내부에선 정해영의 구위와 스피드가 올라왔다며 반색한다. 아무래도 이게 되면 마무리로서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회전수나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강점을 결합하면, 올해 정해영은 압도적 클로저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류중일 감독의 쓴소리도 달게 받아들였다. 정해영은 “아빠(정회열 전 KIA, 삼성 배터리코치)하고 잘 아는 분이기도 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다. 140km를 던지더라도 깔끔하게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 정회열 전 코치가 아들에게 더 강한 쓴소리를 했다. 시애틀에 가기 전 아들에게 “수술할 각오로 독하게 하고 와라”고 했다. 정해영은 “원래 아빠가 일부러 야구 얘기를 잘 안 한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이라도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라셨다. 무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뭔가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 집중하면서 운동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픈데 없나”라고 하는 게 일상인데, 시애틀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에는 달랐다. 정해영은 아버지의 한 마디에 더욱 독하게 시애틀에서 운동했다. “힘을 쓰는 구간을 바꾸니 부담은 있다. 보강훈련,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잘 키워야 한다”라고 했다.

정해영/KIA 타이거즈 

올해 KIA의 전력이 좋다. 정해영이 세이브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그는 “세이브는 타자들이 도와줘야 할 수 있다. 세이브를 목표로 두지 않고 블론세이브를 3~4개 미만으로 하고 싶다. 그러면 KIA가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아빠가 우승을 네 번(1991년, 1993년, 1996~1997년 해태) 했는데 나도 꼭 하고 싶다”라고 했다. 정해영의 업그레이드는 KIA 마운드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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