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밀집 라파에 이스라엘군 진격 임박…"대학살 귀결" 우려(종합)
국제사회 비판 쇄도…바이든도 "이스라엘 공격 지나치다"
(서울·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유현민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인 남부 국경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지상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국제사회에서는 '대량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완전한 소탕을 위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며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라파 공습을 강화한 이스라엘이 지상군 병력을 동원한 전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며칠간 전투기를 동원해 라파를 잇따라 타격했고 이날도 라파에서 공습으로 건물 2채가 파괴되면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8명이 숨졌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140만명이 피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 사이에 섞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을 제거한다며 대규모 작전에 나설 경우 무고한 피란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마스는 10일 성명을 내고 라파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 통신은 라파 내 인도와 한때 공터였던 곳들이 피란민들의 텐트로 가득 찼다며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공포와 절망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일부 피란민들은 더는 갈 곳이 없다며 체념한 모습이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수차례 피란을 거쳐 라파에 왔다는 지한 알하와즈리는 "우리는 극도로 지쳤다. 이스라엘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그냥 텐트 안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또 가자지구 북부 난민캠프에서 라파로 피란했다는 아델 알하즈는 AFP 통신에 "라파에는 피란민 모두를 수용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안전한 곳이 없다"며 "이스라엘군 진입이 대학살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라파 내 민간인들이 이스라엘군 작전을 피해 대피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AP 등 외신이 전망했다.
라파는 이집트 국경과 맞닿은 곳인데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자국 영토로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집트가 대규모 난민을 관리할 경제·사회적 여력이 없는 데다 하마스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유입돼 정정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라파 내 피란민 나헤드 아부 아시는 "우리는 이집트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자시티(가지지구 북부 도시)에 돌아가 거기에서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자지구 내 어떤 곳에서라도 죽을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안 그래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놓인 상태다.
유엔 관리들은 가자지구 인구의 90%가 하루에 한끼보다 적게 먹고 있고 인구 4분의 1은 완전한 기아 상태로 추정한다.
또 가자지구는 의료용품 부족 등에 따른 병원 가동 중단 등으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인도적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격에 대해 "엄청난 결과로 인도적 악몽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AP에 따르면 유엔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라파 내 어린이 60여만명이 공격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진격과 봉쇄가 인도주의 구호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호세프 보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재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140만명은 도망칠 안전한 곳이 없고 굶주림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에 대한 보도가 걱정스럽다"며 "그것은 이미 끔찍한 인도적 상황과 감내하기 어려운 민간인 희생을 악화시키는 재앙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을 군사·외교적으로 지원해온 미국도 라파 공격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가자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라파에는 난민이 많으며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든 어디에서든 작전을 수행하면서 무고한 민간인 생명의 보호를 고려해야 하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강 서안을 제한적으로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에 대해 "이 조치는 역내 안보와 평화를 위협한다.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규탄했다.
또 캐나다 외무장관 멜라니 졸리는 엑스를 통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캐나다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생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구호물자 전달을 방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고가 이스라엘군의 라파 작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작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0명가량을 인질로 잡아간 뒤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을 벌여왔다.
nojae@yna.co.kr,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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