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배터리, 성장세 주춤한 까닭은?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연간 100억 달러 고지를 향해 순항하던 K-배터리 산업의 수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2차전지 수출액은 98억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연간 2차전지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의 2차전지 수출은 지난 2017년 50억 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빠르게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99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00억 달러 돌파에 청신호를 밝혔지만 지난해 다소 주춤했다.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고금리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혁신 제품으로 꼽히는 전기차 수요부터 영향을 끼쳤다. 배터리 수요 감소와 더불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유럽, 미국 등으로의 생산 거점 이전 등이 K-배터리 수출 둔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2차전지 수출 약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달 2차전지 수출은 5억 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2% 감소했다.
K-배터리가 주춤한 사이 중국 업체들 덩치를 키웠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지난 7일 공개한 '2023년 1~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705.5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38.6% 성장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1%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위, SK온은 5위, 삼성SDI는 7위를 각각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누적 배터리 사용량은 95.8GWh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성장했다. 점유율은 13.6%로 전년(14.1%) 대비 소폭 하락해 2위에서 3위로 한계단 내려섰다.
SK온은 전년 대비 14.4% 증가한 34.4GWh로 점유율 4.9%를 기록해 전년(5.9%) 대비 소폭 하락했다. 순위는 5위를 유지했다. 삼성SDI는 32.6GWh로 36.1% 늘었다. 점유율은 4.7%에서 4.7%로 소폭 하락, 순위가 6위에서 7위로 밀렸다.
중국은 1, 2위를 차지했다. CATL은 전년 대비 40.8% 성장한 259.7GWh를 기록, 세계 시장 점유율을 36.8%로 늘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BYD는 누적 배터리 사용량 111.4GWh로 57.9% 성장, 점유율을 15.8%까지 끌어올리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가격 우위를 앞세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속속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맞서 K-배터리 업체들은 신제품·신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High-Ni) NCMA 제품 역량을 높이고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소형전지 부문에서는 올해 하반기 46-시리즈(Series)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재료 직접 조달 영역 확대 및 기술 개발을 통한 주요 소재 전환, 공급망 직접 투자 강화 등 근본적 원가 경쟁력도 높일 예정이다.
삼성SDI는 각형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신제품인 P6 양산에 돌입해 연간 각형 폼팩터 매출의 두 자릿수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원통형 46파이 배터리 수주도 추진한다.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대형 셀 개발에도 속도를 올린다는 구상이다.
SK온은 늘어나는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에 맞춰 니켈 함량을 기존 대비 일정량 낮춘 미드니켈 배터리, LFP 및 46계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점으로 만들던 NCM 배터리에 더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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