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용정 그리고 근대 풍경] ① 설날 집에 가지 못하고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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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심연수(1918~1945)는 국권이 없는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면서 290여 편의 시와 소설, 수필, 평론을 한글문학으로 남겼다.
불운한 시대는 강릉에서 태어난 그를 러시아, 중국, 일본 이주하는 삶으로 이끌었으나 언제나 문학과 함께였다.
집안이 다 강영하다니 반갑다 설을 쇠는데 내가 없어서 퍽 섭섭하엿다고 그러나 한두 해 설 쯤이야 일 있느냐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그러기도 하시겟지만 우리들이야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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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심연수(1918~1945)는 국권이 없는 시대에 짧은 생애를 살면서 290여 편의 시와 소설, 수필, 평론을 한글문학으로 남겼다. 불운한 시대는 강릉에서 태어난 그를 러시아, 중국, 일본 이주하는 삶으로 이끌었으나 언제나 문학과 함께였다. 광복 직전에 중국 왕청현에서 불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나 편지, 공책, 일기, 도서, 사진, 스크랩 등 다양한 유품은 중국에 남은 유족에 의해 잘 간수됐다가 지금은 강릉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카 심상만에 의해 고국에 안긴 600점 가까운 자료는 2023년 말『심연수문학사료전집』(강릉문화원·심연수기념사업회·강원도민일보)으로 완간됐다. 이 자료를 직접 정리할 기회를 가졌던 필자는 그가 남긴 작품, 생활기록, 유물을 소개하며 스산했던 시대에 한 시인을 넘어 강원인 이주사를 공유하려 한다.
(1) 설날 집에 가지 못하고 쓴 편지
이 편지를 쓴 것은 1942년 3월 6일 일본 도쿄의 하숙집에서였다. 농사를 짓는 가난한 집안의 심연수는 직접 학비를 벌어 용정국민고등학교(전신 동흥중학교)를 졸업했다. 취업을 해야하는 것이 맏아들의 책임감이었으나 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졸업직후인 1941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일본대학 전문부 창작과에 입학했다. 늘 학비와 생활비에 쫓겼기에 어떤 때는 차비 문제로, 어떤 때는 학비를 벌만한 일거리가 마련되지 않아 방학이 돼도 마음 편하게 집으로 갈 수 없었다.
1942년 설날은 2월 15일 일요일이었다. 용정의 동생 심호수는 설을 쇠는데 장손이자 장남인 그가 없어서 할머니와 부모가 적잖이 섭섭해 했다며 편지를 보낸 모양이다. 도쿄의 심연수는 설날을 하숙방에서 혼자 보냈다. 학업을 마치기 위해 이 정도쯤의 고생 혹은 그리움은 잠시 덮어두고 감수해야할 일임을 스스로 다독이고 있다.
(사료 원문)
호수야 보아라.
집안이 다 강영하다니 반갑다
설을 쇠는데 내가 없어서 퍽 섭섭하엿다고 그러나
한두 해 설 쯤이야 일 있느냐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그러기도 하시겟지만
우리들이야 일 없다.
이번 방학은 팔일쯤 하게 되여서 아마 한 달 넘어
될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집에 한 번 나가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같이 되기 어려운 일이 너무나 많으
니 결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나가서 한 두어 달
더 있대도 학교에는 큰 페가 없을 듯하니 나가서 집
일을 좀 돕으며 학비래도 벌 수 있다면 꼭 나가겟다
먼저번 이런 편지를 누구안테 하엿는데 아모 소식이
없다 그 곧서 될 수 있다면 꼭 나가게 된다.
할 말은 이만 끝인다
삼월 육일 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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