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학원비 줄이기도 힘든데…삼성·LG ‘TV·가전 적자’ 묘책은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2. 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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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무선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사진= 방영덕 기자]
77인치 TV 15대가 앞뒤로 움직이며 화려한 화면을 송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마치 차광막이 올라갔다 내려간 것 처럼 TV화면이 모두 투명해지자 화면 뒤를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췄습니다. ‘이게 TV가 정말 맞나’ 싶었죠.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 자리잡은 LG전자 전시장은 행사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인 ‘LG시그니처 올레드T’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전히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TV트렌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 등 경쟁사와 달리 투명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LG전자.

자신에게 유리한 시장의 법칙을 만드는 특권은 역시나 1등에게서 볼 수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글로벌 TV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TV와 가전이 잘 팔리지 않아섭니다.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전년 대비 고꾸라졌습니다.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기화 된 경기불황에 자녀의 교육비마저 줄여나가는 판국입니다. TV와 가전 교체 수요는 금세 뒷전이 되고 맙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묘책이 필요합니다.

삼성·LG, 작년 4분기 TV·가전 ‘동반 적자’
[사진출처 =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두 사업부의 4분기 매출은 14조2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습니다.

TV 사업을 하는 VD 사업부는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분석입니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고부가 TV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개선했으나,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져 수요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습니다.

생활가전의 경우 시스템에어컨 위주로 B2B 사업이 성장하고 비스포크 프리미엄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개선하는 성과를 냈습니다만 수요 역성장 속 경쟁 심화로 실적은 둔화했습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처음 연간 매출 3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조78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이상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 11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TV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도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722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분기 매출도 프리미엄 TV 수요 부진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7.4% 감소한 4조1579억원을 기록했죠.

고가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 TV가 주력인 LG전자가 받은 타격이 더 컸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TV도 저가 제품 선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그러다보니 고가 프리미엄 제품 타격이 더 크고, 가전 수요도 회복이 지연되면서 각종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것이 독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저가 시장 공략하고 신사업 확대로
[사진출처 = 삼성전자]
올해도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국제 정세 불안 등에 TV와 가전 시장에 불확실성이 큽니다. 경쟁도 계속 심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죠.

다만 TV의 경우 올해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져도 파리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더불어 볼륨존(중저가 시장) 역시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인데요.

이와 관련 LG전자 측은 “프리미엄 존에서는 투명TV 같은 시장 선도 제품을 강화해 중국업체 등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내고, 중저가에서는 ODM(생산자 개발방식)과 전략 시장 중심으로 중국 업체를 따돌리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및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TV제품 혁신과 라인업 다변화로 다양한 수요를 공략할 계획입니다.

가전 부문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뚫으면서 최근 성장세가 탄탄한 B2B(기업간 거래)사업에 공을 들인다는 게 양사 전략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스템에어컨을 중심으로,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와 빌트인 제품을 중심으로 각각 B2B 판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생활가전 매출 중 B2B의 비중은 20% 초반대인데요. LG전자는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해 난방하는 히트펌프 사업을 키우고 있는데, 탈탄소 추세가 뚜렷한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장기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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