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과부의 해?…중국, 결혼·출산 주는데 미신까지 퍼져 ‘곤혹’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은 중국에서 봄의 시작과 함께 새 생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입춘은 양력 2월4일로, 중국에서 춘제(春節)라 부르는 음력 설보다 빨랐다. 중국에서는 이런 해를 ‘봄이 없는 해’, 즉 무춘년(無春年)이라고 부른다. 절기상 입춘이 설보다 빠르면 음력 새해가 된 뒤 입춘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무춘년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과부년(寡婦年·과부의 해)’이다. 1년 중 입춘이 들어 있지 않으면 양기가 부족하고, 양기가 부족하면 여성이 과부가 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는 고대 문화에서 음양의 개념으로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던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펑진산(彭金山) 중국민속학회 이사는 “고대에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나 사건이 벌어지면 ‘과부년’이라는 것을 핑계거리로 삼았다”며 “그 얘기가 전해 내려오면서 일종의 군중심리에 의해 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음력과 양력의 차이 때문에 무춘년은 2~3년 주기로 나타난다. 앞서 2021년과 2019년, 2016년, 2013년이 모두 무춘년이었다. 그런데 올해 춘제를 앞두고 중국에서 유독 무춘년, 즉 ‘과부의 해’라는 단어가 세간에 많이 회자됐다. 중국에서 과거 ‘과부의 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남편을 잃은 과부처럼 외롭고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것이 과부년에는 결혼을 하거나 자식을 낳는 것이 좋지 않다는 믿음으로 확대됐고, 올해 춘제를 앞두고 이런 속설이 다시 회자되면서 결혼을 꺼리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과부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결혼을 앞당긴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 언론들이 과부년의 유례와 잘못된 속설을 집중 조명하며 과학적 근거가 없고 미신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관영 CCTV는 입춘이 없는 음력 해는 드물지 않다면서 무춘년과 불운은 관련이 없다는 보도를 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2024년 용의 해는 무춘년이자 과부년으로 결혼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검색에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사람의 길흉화복과 관혼상제는 개인의 행동과 마음가짐 등과 관련된 것이지 무춘년과는 상관이 없고 이는 어디까지나 편견이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생률이 떨어져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소문이 퍼지자 중국 당국도 당혹스런 모습이다. 중국 민정부(행정안전부 격)는 홈페이지에 “과부의 해는 상식과 과학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람들이 미신과 속설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가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중국은 혼인건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2013년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년만인 2022년에는 683만5000건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출생률도 계속 하락해 2022년부터 2년 연속 인구가 감소했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196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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