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 때아닌 몸살?···무슨 일이
초도물량, 상반기 방추위 의결…40대 유지 전망
2026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형 4.5세대급 전투기 KF-21 ‘보라매’가 개발 분담금과 초도 물량 문제에 이어 기밀 유출 의혹에까지 휘말리면서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KF-21의 개발 분담금 약 1조6245억 원을 KF-21 전력화 시점인 2026년 6월까지 지급하고 대신 시제기 1대와 기술자료 등을 이전받고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분담금 납부를 하지 않아 현재까지 기존 계획 대비 9900억 원 가량을 미납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개발자들은 KF-21 공동 개발 계약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KF-21 관련 인력들이다. 비행기 각 계통 전문가들로 현재 십 수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일부 기술자들이 지난달 17일 여러 개의 미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방대한 분량의 KF-21 관련 내부 자료들을 담아 외부로 빼내려다가 적발됐다. 그러자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문제와 맞물려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일단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두 가지 사안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원론적인 메시지만 발신하고 있다. 최경호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양국 간에 지금 세부적으로 협의가 진행 중”, 내부 자료 유출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합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도네시아 측이 해당 기술자가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인도네시아는 최근 개발분담금 납부 계획을 한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협상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모든 것이 확정된 다음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분담하기로 한 비용은 ‘개발비’인 만큼, 적어도 KF-21가 전력화되기 전까지는 반드시 완납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KAI 기술자들에 대해서는 국정원과 방첩사령부, 방사청 등이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조사 내용과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KF-21 개발 참여자들이 문제가 된 것인 만큼 다른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KAI 관계자는 의혹이 알려진 지난 2일 통화에서 “군사 기밀 및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조사팀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기밀 자료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이어졌으나 정부 관계자는 “자료가 기밀 사항인지 아닌지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KF-21의 초도 물량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방사청은 2026~2028년 40대를 확보하고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로 만들어 총 120대를 운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초도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 논란이 일었다.
공군 전력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고 대당 양산 비용이 크게 늘어 방산 수출에도 저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과 여론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엄동환 방사청장도 초도 물량은 40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상태다.
방사청은 올해 상반기 중 방위산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구매 계획을 확정한다. KIDA의 사업 타당성 조사 결론은 강제력이 없고 방사청은 예산과 정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돼 있어 40대 양산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KIDA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 반하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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