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반려견 가족이라면 200%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도그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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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본 사람들은 안다.
진영과 그 병원에 드나드는 반려견들을 못마땅해 했던 민상은 진영에게 호의를 베풀기 시작하고 주차장에 버려져 '차장님'이라 불리는 강아지와도 가까워지면서 스스로도 변해간다.
반려견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마치 가족처럼 가까워졌을 때의 따뜻한 온기나, 끝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보냈을 때의 깊은 슬픔 같은 것들이 뭐라 스토리로 엮어 놓지 않아도 그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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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본 사람들은 안다. 혼자 걸을 때는 무뚝뚝하기 그지없던 사람들이 '아 예쁘다' 하면서 다가오기도 한다는 걸. 강아지들끼리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눌 때 보호자들도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는 걸. 김덕민 감독의 영화 <도그데이즈>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반려견이 매개한 다양한 관계들을 가져와 진정한 '반려'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영화는 <러브 액추얼리>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동시에 병렬적으로 펼쳐놓는다. 그리고 이 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인물들 사이를 강아지들로 실처럼 꿰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날 산책하다 갑자기 쓰러져버린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는 그녀의 집에 매번 도시락 배달을 해주던 청년 진우(탕준상)에 의해 구조되고, 그때 사라진 반려견 완다를 찾기 위해 함께 나선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진영(김서형)와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든다며 티격태격하던 건물주 민상(유해진)은 자신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위해 그 병원 단골인 건축가 민서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진영과 그 병원에 드나드는 반려견들을 못마땅해 했던 민상은 진영에게 호의를 베풀기 시작하고 주차장에 버려져 '차장님'이라 불리는 강아지와도 가까워지면서 스스로도 변해간다.
파양 경험이 있는 지유(윤채나)를 입양한 정아(김윤진)와 선용(정성화) 부부는 밥도 잘 안 먹고 말도 잘 안하는 아이가 걱정스럽다. 그런데 민서의 사라진 반려견 완다를 발견한 아이가 집에 들이고나서 밝아진 모습에 기뻐한다. 하지만 완다의 주인이 완다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완다를 너무나 좋아하는 지유를 위해 모르는 척 해야할지 아니면 사실대로 말하고 완다를 주인에게 보내줘야 할 지를 고민한다.
한편 자리를 비운 여자친구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던 현(이현우)은 스팅의 아빠를 자청하며 나타난 여자친구의 전 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과 기막힌 관계를 이어간다. 어색하기만 한 반려견과의 동거생활 속에서 스팅이 무언가를 잘못 먹어 쓰러지자 진영의 동물병원으로 가게 되면서 그의 이야기 역시 이곳을 찾는 인물들과 엮어진다.
진영의 동물병원이 중심 공간이 되고 반려견들을 매개로 묶어진 관계들은 안정된 기성세대와 불안한 청년세대의 관계(민서-진우), 건물주와 세입자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적 계약관계(민상-진영), 입양으로 꾸려지는 새로운 가족관계(정아, 선용-지유) 그리고 독특한 삼각관계(현-다니엘)까지를 대변한다. 어찌 보면 혈연과는 상관없는 아무런 끈끈함이 없는 관계들이지만 그 사이로 반려견이라는 존재가 들어가면서 이들의 관계들은 특별해진다. 그 변화해가는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이고 또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박한 일상을 담은 영화지만, 반려견과 함께 지내거나 함께 지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200% 공감할만한 장면들이 가슴을 툭툭 건드린다. 반려견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마치 가족처럼 가까워졌을 때의 따뜻한 온기나, 끝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보냈을 때의 깊은 슬픔 같은 것들이 뭐라 스토리로 엮어 놓지 않아도 그대로 전달된다. 대단한 스펙터클이나 굉장한 스토리는 없지만 보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도그데이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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