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사선생님은 바지사장이었다”…악마의 꼬드김 사무장병원 [어쩌다 세상이]
“보험사기 가담 환자들 벌금 대신 실형도”
지난 8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건강보험공단은 병원과 브로커 등이 연계된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건 3건을 선정해 조사·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무장이 병원 4개를 개설한 후 병원과 브로커, 환자가 공모해 미용시술을 받았으나 도수치료 등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과 요양급여를 편취한 사건 등입니다.
이런 종류의 보험사기 범죄는 병원이 환자의 치료 내역을 실제와 다르게 의무기록에 기재해 줌으로써 가능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환자에게 민영 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치료를 하고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치료를 했다는 식으로 병원 기록을 조작해 주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치료를 받았다는 식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 내용을 부풀려 기록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따라 일부 법인을 제외하고는 의사만 병원을 차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형편, 건강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없는 의사의 경우 소위 사무장병원의 바지사장으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돈으로 의사들을 이용하니 의사가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한 동안 사무장의 요구를 맞춰주다가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리거나, 환자들에게 욕설이나 무례한 행동을 하면서 돈을 더 주지 않으면 병원에 환자들이 다 떨어지게 만들겠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병원 개설 명의가 자기 것이니 오히려 사무장에게 운영에 관여하지 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만만치 않은 사무장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운 의사에게 접근해 대우를 잘 해줄 듯하며 다른 의사를 구할 때까지 1년만 일을 해달라고 꼬드기지만, 실제로 명의를 빌려주고 일을 시작하게 되면 돌변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자신이 조직폭력배이고 만약 병원을 마음대로 그만두면 끝까지 찾아가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그것이죠.
이렇게 비정상적인 병원이 운영되려면 그만큼 비정상적인 수입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사무장병원은 실손의료보험을 많이 지급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 위주로 처치를 하는 한편, 이를 넘어서 환자들과 짜고 병원 기록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환자들에게 발생하지 않은 보험사고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지휘는 통상 사무장이 합니다.
사무장병원은 이 과정에서 소위 환자를 유치해주는 업체들과 손을 잡고 환자 알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환자가 병원에 납부하는 비용은 정상적인 병원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치료에 지급되는 실손보험금이 늘어나다 보니 보험사들은 허위·과잉치료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불법적인 부분이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합니다.
의료인이 이같은 과정에 연루되는 경우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으로 처벌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실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변호사는 “환자들의 경우 지급받은 보험금이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 사무장의 꼬드김에 넘어간 의사와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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