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 이사회 바꾼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한경ESG] 연기금의 ESG 투자 전략 ③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캘스터스)은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CalPERS)과 함께 미국 양대 공적 연기금으로 약 42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캘스터스는 2004년 기후변화 투자를 시작했으며, 2005년부터 온실가스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고 투자 조직 전반의 실천을 가속화하기 위해 투자자기후행동계획(ICAPs)의 투자자 이행 수칙을 자체 적용했다.
ICAPs 투자자 이행 수칙은 투자자의 기후 전환 계획을 돕는 지침서다. 산업 전환이 아닌, 투자자 스스로를 위한 지침서로 아시아, 호주, 유럽, 북미 투자자 네트워크(AIGCC, IGCC, IIGCC, Ceres) 그리고 책임투자원칙(PRI),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유엔 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등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체크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이행 수칙은 투자, 기업 관여, 정책 제언, 기후변화 관련 공시 등 4개 분야와 거버넌스로 구성돼 있다. 캘스터스는 이를 기반으로 넷제로 도달을 위한 3가지 중점 요소를 도출했다. 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에 필요한 기후 솔루션 기업에 대한 투자, 금융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영향력을 행사해 지속 가능한 경제의 구축을 장려하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캘스터스는 2050년 또는 그 이전에 투자 포트폴리오의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 온실가스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중간 목표를 2021년 수립했다. 그다음 해 연기금의 모든 자산군을 넷제로 목표에 포함하기로 했다. 모든 자산군에 대한 보편적 넷제로 달성 방법론이 나와 있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내린 이러한 결정은 캘스터스의 강력한 넷제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액티브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의 20%를 저탄소 인덱스로 배분하거나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연기금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전략도 도입했다.
이러한 접근은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실물경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투자 수익률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지난해 2조원 가까이 저탄소 솔루션 관련 산업에 투자했는데, 이 중 4600억원을 미국 에너지 전환에, 800억원을 저탄소 기술에 투자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저탄소 경제로 자금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인프라, 산업계 에너지 효율 기술, 신기후변화 기술 등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캘스터스 역시 2022년 6월 기준 4000억원 이상을 IRA와 관련한 녹색 채권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변화 관련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기업 관여로 넷제로 전환
동시에 캘스터스는 전 세계 700여 개 투자자가 함께하는 기후행동 100+(CA 100+)를 통해 기업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2021년 CA100+는 미국에 본사를 둔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이사회를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로 인해 엑슨모빌은 3명의 새로운 이사를 선출한다. 이는 미국 3대 연기금인 캘스터스의 지지에 힘입은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캘스터스는 기업 이사진을 바꾸는 등 주주 관여를 통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90건의 환경 관련 주주제안을 고려했고, 이 중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이 있는 140여 건의 안건 중 50%에 달하는 안건에 주주권을 행사했다.
주주권 행사는 기업이 변화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주주 행동주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행동 그 이상이다. 캘스터스는 온실가스배출량이 많은 기업과 꾸준히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활동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기업이 넷제로 경제로 전환하도록 촉구한다.
이러한 기업 관여 활동의 결과로, 포드자동차 및 제너럴모터스가 2040년 이전에 탄소배출이 없는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선언했다. 또 정유사인 필립스66은 샌프란시스코 정유소를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연료 시설로 전환하기로 선언하는 등 실질적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나아가 캘스터스는 정부가 파리협정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넷제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한 공시와 규제를 강화하도록 수년간 선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답은 ‘투자’
캘스터스는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매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후변화 행동에 대한 엄격한 이사진의 감독을 받는다. 넷제로 전환 전략에 대한 이행 현황은 투자위원회에 보고한다. 캘스터스의 기후변화 관련 최종 책임은 투자위원회 이사진에 있다. 넷제로를 향한 전환은 ‘투자’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부 교육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넓힘으로써 내린 결론이다.
이처럼 캘스터스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적용, 실천 모두를 시간이 경과하며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기업 관여, 정책 제안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시간과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투자, 이를 위한 실천은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이 궁극적 도달점이지만 이것 하나만을 고려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식의 단편적인 것은 아니다. 경제의 근원을 뒤흔들어 저탄소 경제, 넷제로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학을 기반으로 한 포괄적 전략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배희은 아시아 기후변화투자그룹(AIGC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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