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도 그럴 수 있잖아' 메시의 홍콩 노쇼 파문, 아르헨티나 중국 투어까지 취소됐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메시 노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까지 여파가 미쳤다.
중국 항저우시 체육국은 9일 공식 SNS를 통해 '다음 달 예정이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친선 투어를 취소한다. 이유는 모두가 아는 내용 그대로다. 우리는 당국으로부터 친선전을 개최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다음 달 18일부터 일주일간 중국에 머물며 항저우에서 나이지리아, 베이징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친선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맡고 있는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가 최근 홍콩 투어에서 물의를 일으키며 기류가 바뀌었다.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는 프리시즌 투어의 일환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인터 마이애미는 4일(한국시각) 홍콩 올스타와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4총사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고,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는 아예 벤치에 앉지도 않았다. 후반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호르디 알바가 투입됐지만, 팬들의 분노는 달래지 못했다. 5일 홍콩 야후에 따르면 경기가 끝날 무렵 팬들은 환불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 팬인 경기장에 있는 메시의 등신대를 향해 사커킥을 날렸다. 메시의 목이 날라갔다.
경기 후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메시를 몇분 동안이라도 출전시키려고 했지만, 너무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시의 상태를 보고 훈련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오후에 메시의 상태를 최종 평가해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마르티노 감독은 "메시가 근육 염증을 앓고 있으며, 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만큼 무리할 수 없었다"며 홍콩팬들의 양해를 구했다.
팬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인터 마이에미 측은 경기 전날에도 메시의 상태에 문제가 없고, 오전에도 경기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5분 전 메시가 부상으로 뛸 수 없다는 발표를 내리고는, 팬들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홍콩 대공보는 '계약서에 따르면 메시는 최소 45분 이상 출전을 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메시를 보기 위해 모였던 홍콩 팬들은 '세기의 사기'에 희생됐다고 분노했다.
사태가 커지자 홍콩 당국까지 나섰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히는 등 정부 당국까지 나서 메시의 '노쇼'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가 친선전 주최사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까지 철회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파장이 커졌다.
사건이 커지자 메시는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메시는 마이애미 이적 후 공식 석상에서 언론과 접촉을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뛰지 못한 건 정말 운이 나빴기 때문이었다"며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축구에서는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뛰기 어려웠다"며 "난 항상 경기에 뛰길 원한다. 우리가 이 경기를 위해 멀리서 온 데다 사람들이 우리 경기에 기대가 큰 상황이었던 만큼 아쉽다"고 덧붙였다. 메시는 사타구니 쪽을 다쳤다고 밝혔다. 알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 직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부상 부위가 부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메시는 일본에서는 경기를 치렀다. 그는 7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 후반 15분 교체로 출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약 30분간 뛰었다. 이날 출전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던 메시는 후반전 들어 몸을 풀기 시작했고, 도쿄 관중은 메시에게 환호를 보냈다. 데이비드 루이스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메시는 후반 35분 두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고베 수비진에 막혀 득점에는 실패했다.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만8천여명의 일본 관중은 메시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다만 내전근 부상을 이유로 아예 경기를 뛰지 않아 '노쇼' 사태가 벌어졌던 홍콩 친선전보다는 야유 정도가 덜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6일 훈련 뒤 메시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들었고, 30분 정도 뛰기로 했다"며 "경기를 뛴 뒤에도 메시가 특별히 불편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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