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왜 폭탄이 됐나" 정치권력과 엿장수 마음 [視리즈]
視리즈 한국경제 폭탄해체➋
전기요금 쳇바퀴 첫번째 이야기
정상화 아닌 인상 주력한 정부들
文, 전기요금 정치적 결정 논란
文 정부 탓하면서 목표치 못 채운 尹
정상화보다는 정치 논리 앞세워
정상화 논의 제대로 하고 있을까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전기요금을 동결할 뜻을 밝혔다. 물가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거다. 문제는 이런 경우 국민이 '요금 인상 폭탄'을 맞을 수 있고, 심지어 쳇바퀴처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랬던 전례前例도 숱하다.
공공요금 인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폭탄'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을 느닷없이 결정하거나 인상폭이 제법 큰 경우가 숱해서일 거다. 그렇다면 공공요금은 어쩌다 언제 급등할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가 돼버린 걸까. 여기엔 역대 정부와 정치의 무능함이 숨어있다.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다른 정부들도 다르지 않다.
사실 공공요금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이익 추구만을 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선 안 된다. 공공재화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되받은 대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가를 무시한 채 무작정 낮게 책정해서도 안 된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손실을 내면 결국 세금으로 그 손실을 메워야 해서다.
그래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그에 맞춰 요금을 올리는 식으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정부의 책무다. 쉽게 말해, 정부는 공공요금이 현실을 반영하게끔 하면서도 변동성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정부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가 정치 논리에 따라 공공요금을 낮게 책정하는 게 문제의 시작점이란 걸 감안하면 결과는 뻔하다. 공기업은 적자의 늪에 빠지고, 어느 시점에 그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릴 거다. 그러면 결국 미뤄온 공공요금을 한번에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나저러나 최종 피해자는 국민이다.
공공요금의 대표격인 전기요금이 처한 현실이 딱 그렇다. 우리가 직면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대규모 누적적자 사태와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가 앞서 말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정부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체 전기요금을 종전 대비 30%가량 올랐고, 지난해 12월엔 추가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했는데도 "총선 후 전기요금이 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폭탄이라 할 만하다. 전기요금이 시스템에 따라 정상화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유로 오락가락하면 국민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다.
문제는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리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는 과연 전기요금을 제대로 정상화하고 있느냐는 거다. 윤 정부는 2022년 3월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결정(2022년 3월 6.9원 인상)'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접고, 전기요금 인상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참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전엔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를 '정치적'으로 판단한 셈이다.]
같은해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당시)은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건 지난 5년간 잘못된 에너지 정책(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바보 같은 짓'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전기요금을 올리고 싶지 않아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참고: 이런 책임 전가가 과연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윤 정부 출범 후에 생겼다는 주장도 없지 않아서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룰 계획이다.]
그 이후 윤 정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2년 3~4분기에 전체 전기요금을 ㎾h당 12.4원 더 올렸다. 지난해 1~2분기에는 전체 전기요금을 ㎾h당 21.1원을 더 올렸고, 4분기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h당 10.6원 더 올렸다. 이쯤 되면 전기요금을 정상화에 기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 보고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2023년 전기요금을 ㎾h당 51.6원 더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기준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단가 5.0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을 21.1원밖에 못 올린 거다. 전임 정부 탓으로 책임을 돌려놓고도 목표달성률은 40.9%에 불과했던 셈이다.[※참고: 물론 산업용(을) 전기요금 인상액까지 합하면 목표달성률은 이보다는 높다.]
윤 정부가 전기요금 정상화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할 뜻을 밝혔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3%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민의 물가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다르다.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괜히 미움 살 일을 왜 하겠냐는 거다. 곳곳에서 "총선 이후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윤 정부는 전임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지만,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거다.
사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논의는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에너지원별 전력생산 비용을 적절하게 책정•반영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어떤 전기요금을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현실 반영 시 에너지 가격에 따라 출렁일 전기요금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와 같은 논의들이다.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곧 '전기요금 정상화'가 아니란 거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기요금 정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산에너지법은 '재생에너지 발전 증대를 통한 전기 수요와 공급의 현지화'라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을 넓히려는 윤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산에너지법에 따른 분산에너지엔 소형원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참고: 분산에너지법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발전소가 없는 지역에선 전기요금이 오르고, 발전소가 많은 지역에선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거다. 자칫하면 전기요금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수차례 밝힌 것처럼 전기요금 정상화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난 시스템을 구축하는 절차다. 그럼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 이야기는 전기요금 인상 폭탄의 쳇바퀴 2편에서 다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