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 파티 동석, 해외 파병...美대선 주자 배우자들의 3인3색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잠정적 후보인 조 바이든(82) 대통령,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과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에 도전 중인 니키 헤일리(52)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배우자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세 사람 중 가장 대외 활동이 많은 것은 현직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73)이다. 그는 남편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교육학 박사학위가 있는 독립적 여성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바이든 여사(Mrs Biden)’란 표현 대신 ‘바이든 박사(Dr. Biden)’이란 호칭을 고집하고 있지만, 배우자를 위한 정치 활동에는 가장 열심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백악관 행사나 선거유세에 자주 동반 참석할 뿐더러, 시간이 날 때마다 별도의 단독 행사를 하고 있다. 군 가족 위로, 교육자 지원, 암 퇴치, 여성 권익 향상 등 행사의 주제는 다양한데 본질적으로는 바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선거 운동을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일정을 보면 지난 3일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내린 뒤, 각자 다른 곳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서부의 부촌 벨에어에서 정차지금 모금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질 바이든은 웨스트 헐리우드에서 열린 또 다른 정치행사에 가서 연설을 했다.
이어 6일에는 부부가 나란히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 기념행사에 참석했고, 7일에는 질 바이든 단독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여성 보건 증진 행사에 가서 연설을 했다. 질 바이든은 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을 단독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암 퇴치 노력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모두 대선 승패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는 경합주로 분류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54)는 공개 활동이 많지 않다.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공개 행사에 등장한 일 자체가 손꼽을 만큼 적다. 지난해 1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의 장례식장에 다른 전직 퍼스트레이디들과 함께 참석했고, 지난해 12월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에서 열린 시민권 취득 기념식에서 연설한 것 정도가 얼마 안 되는 공개 활동이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때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유세 현장에도 나오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곧 (선거운동) 현장에서 그(멜라니아)를 볼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다. 머지 않아, 적절할 때 곧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멜라니아의 공개 활동 빈도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1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모친의 장례식에 등장했고, 지난 4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비공개 파티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 한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통해 알려졌을 뿐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월 “멜라니아는 어디에 있나”란 기사를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물 배우와 혼외 관계를 갖고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 사실을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줬다가 기소당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멜라니아가 정치를 좋아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멜라니아는 남편이 줄곧 얘기하는 동안 옆에 앉아 미소만 지어야 하는 행사에 묶여 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멜라니아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스테파니 그리샴을 인용해서 “(멜라니아는) 질 바이든이 항상 조 바이든 주변을 맴도는 듯 보이는 것이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멜라니아는 그리샴에게 한 번 자신은 그런 식으로 남편을 떠받들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멜라니아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private person)”이라며 “솔직히 나는 그녀를 여기(선거활동)에서 멀리 떼놓고 싶다. 이것은 너무 고약하고 심술궃은 일”이라고 말한 적 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남편 마이클 헤일리(54)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배우자다. 주방위군 소령인 그는 지난해 6월 아프리카 지부티에 파병됐다. 다만 파병되기 전에도 공개 연설이나 사진 촬영, 언론 인터뷰 등은 하지 않았다. 정치행사에 참석하더라도 조용히 아내의 연설을 지켜볼 뿐,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니키 헤일리의 ‘반석'은 멀리서 선거운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지부티에 파병된 마이클 헤일리는 아내의 대선 도전의 기복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선거운동에 중요한 존재”라고 했다. 니키 헤일리는 지난달 아이오와주 공화당 경선에서 3위에 그친 뒤 한 연설에서 “파병돼 있어 지금 이것을 보고 있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우선 남편에게 말하고 싶다. 마이클 사랑해”라며 가장 먼저 그를 찾았다.
마이클은 친부모가 각각 알콜중독과 뇌손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된 뒤 위탁가정에서 자랐다. 니키 헤일리를 만나기 전에는 양부에게서 물려 받은 ‘빌’이란 이름을 썼지만, 현재는 아내가 붙여준 ‘마이클’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니키 헤일리가 “그냥 당신은 빌처럼 생기지 않았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야심가인 아내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하원의원을 거쳐 주지사가 되는 동안 여러 번 직업을 바꾸며 아내 곁을 묵묵히 지켰다. 소셜미디어에 간혹 아내의 정적이나 민주당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글을 남긴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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