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로만 파악되는 기업과 자산의 투자수익성
기업의 ESG 보고서 발행이 자발성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규제화되며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에 기업의 책임과 역할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점진적 변화에 안주하게끔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ESG 측정 기준, 투자 전략과의 연계 방안 등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한 다각도의 검증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유럽연합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으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 ESRS) 최종판을 공개했다. 국제적으로는 현재 대다수 국내외 기업이 활용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글로벌 공시 표준에 더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가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공시를 위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2023년 6월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금융 당국이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2026년 이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코스피 상장사 전체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렇듯 급물살을 타는 기업의 ESG 관련 정보 공시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화는 결국 기업이 비교 가능한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해 책임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실질적, 잠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ESG 정보 공시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 가치는 물론 관련 금융 상품의 가치 평가 등에 어떻게 활용되어 최종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되는지를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예일대의 토드 코트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토드 코트 예일대 박사 특별 대담
토드 코트 박사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선임 강사로서 예일 비즈니스 및 환경 센터(CBEY) 공동 연구소장이자 지속가능성 분야를 중점 연구하는 경영대학원의 EMBA 과정 학부 이사를 맡고 있다. 토목 및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지속가능성 이슈와 영향의 측정 기준(Metrics), 위험 관리, 감사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글로벌 기업 자문 및 검증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투자 가치 접점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해 ESG 및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지표에 대해 강의하고 연구하며 관련 솔루션, 지표 및 측정 항목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ESG 데이터를 생성, 보고 및 공시하며 해당 데이터를 투자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의사 결정에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해 투자자, 기업 및 사회 모두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고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면?
공통의 비교 가능한 지속가능성 지표는 전 세계적 지속가능성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관련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최상의 지표'는 지금까지 주로 이해관계자 그룹 간 합의를 통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조금 다른 가정에 기반을 두고 진행 중이다. 현재 기업들은 재무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성 측정 지표를 자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측정 지표와 재무 성과 간 상관관계는 과학적, 경제적 분석을 통해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지 단지 합의된 의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지표와 재무 성과 사이의 다양한 인과 관계 경로, 즉 위험 관리, 평판 보호, 운영 라이선스, 규제적 탄력성, 인재 확보 등을 연구 중이다.
- 지속가능성 및 ESG 투자 상품의 환경 영향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고정 수익 금융 투자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및 기준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 대출 및 부채 등과 같은 고정 수익 투자 상품의 환경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속가능성과 ESG 보고의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과 유사한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영역은 '자본 투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 및 기준에 대한 연구다. 예를 들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또는 전력 전송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 투자의 긍정적 환경 영향은 생산 또는 전송되는 청정 에너지의 양(kwh)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러한 영향 측정을 위한 표준 및 프레임워크를 연구하는데 그중 일반적인 것이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or Network : GIIN)의 'IRIS+' 데이터베이스다. IRIS+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문가들이 큐레이팅한 영향 측정 기준(Impact Metrics) 목록'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색 펀드 택소노미(Green Bond Taxonomy)' 같은 고정 수익 상품을 라벨링하기 위한 표준도 연구 중이다. 이러한 표준과 기준들은 제3자 검증에 활용되어 투자자들이 '환경적 이점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일부 고정 수익 상품 라벨링 제도들은 해당 제품이 의미 있는 환경적 이점을 창출함을 보증한다. 한편 다른 일부 라벨링 제도들은 달성된 이점을 실제 측정하지는 않고 수익금이 환경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목적만을 인증하기도 한다.
두 번째 영역은 투자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재무적 이익에 대한 연구다. 흔히 '그리니움(Greenium)'이라고 부르는데 친환경 금융 상품이 비친환경 금융 상품보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니움의 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 기준 혹은 벤치마크 대비 해당 고정 수익 상품의 위험 또는 수익률', '금융 상품 수익의 시간 의존성(예 : 친환경 금융 상품의 할인율)', '2차 시장에서의 친환경 상품 가격'이다.
연구 문헌 검토에 따르면 제품 유형과 발행 지역의 상황에 따라 그리니움이 붙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한 예로 유럽연합 대형 공기업이 발행한 친환경 채권이 비친환경 채권에 비해 2차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 프리미엄(그리니움)이 붙었다. 그런데 해당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예상하듯 지자체 및 기업의 친환경 채권을 매수하는 열기가 가열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유럽 대형 연
기금의 정책적 요구에 따라 친환경 채권을 연기금들이 과잉 매수했기 때문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 기업의 성장과 자본 가치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ESG 지표와 제반 데이터 분야 연구의 전문가로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 전략에서 ESG 지표와 데이터 활용 방식이 궁금하다
기업 재무 가치(자본 가치)와 ESG·지속가능성 지표 간의 상관관계는 앞서 채권과 같은 고정 수익 상품보다 훨씬 복잡하다. 근본적으로 이는 기업 자본 가치가 장부상 재무 가치와 무형 가치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ESG 요소들은 회사 재무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비용 지표로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수익성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효율성처럼 수많은 ESG 및 지속가능성 지표들이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ESG 지표는 수천 개의 하부 데이터 세트로 구성된다. 특정 투자 전략에 매칭시키고 제반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 투자자는 매우 다양한 ESG 데이터를 선택할 수 있다.
ESG 투자도 ESG 데이터만큼 다양하고 넓은 분야의 전략들이 있다. 일례로 'ESG 통합' 투자 전략을 가진 투자자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데이터를 찾는다. 즉 특정한 ESG 요소가 회사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해 관련된 지표의 성과를 분석해서 재무적 위험과 기회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일부 수익 하락을 감내하더라도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이점을 최대화하는 투자 전략'을 추구한다.
이들 양끝의 두 전략 사이에 재무적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의지의 정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전략들이 포진한다. 즉 ESG 데이터 세트와 재무 성과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맞춤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투자자들은 ESG 데이터의 재무적 중요성을 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물 부족 지역에서 운영 중이라면 지역의 규제 또는 심지어 물 부족과 같은 물리적 제약에 따라 용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수자원 보호 노력 없이는 물 부족 시기에 해당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는 수자원 보호 노력이 우수한 회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영 비용을 낮출 것으로 예상해 관련 투자에 따른 수익 하락 위험을 감수한다. 결국 ESG 투자자의 투자 전략 차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재무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자가 감수하는 위험의 정도에서 발생한다.
- 최근 글로벌 ESG 공시 규제와 표준에서는 ISSB와 같이 보고 기업이 외부에서 받는 영향에 중점을 두는 단일 중대성 접근과 ESRS, GRI와 같이 내부와 외부로의 영향 모두를 평가하는 이중 중대성 접근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접근을 고려하되 지속가능성 또는 ESG 보고와 재무 보고서를 잘 연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위험을 보고하도록 요구된다. 이때 중요한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차이는 특히 ESG 지표와 관련된 재무 보고의 어려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요 리스크는 합리적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탁자로서 투자자는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ESG 요소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투자자가 ESG 요소를 고려하는 방식이 수백 가지에 이르고 어떤 ESG 요소가 중요한지 판단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따라서 ESG 요소와 재무 보고의 연계를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주는 가치의 관점에서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최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 의사 결정에서 재무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는 ESG 요소들을 추적하고 목록화하고 있다. 이에 ESG 요소를 재무 보고에 연계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투자자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첫 번째로 '규제화에 따른 지표의 표준화'다. 기업 간, 산업 간 위험을 비교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특히 대형 자산 관리자들은 포트폴리오 수준에서의 위험, 즉 체계적 위험 평가 접근을 취하므로 ISSB, GRI 등의 표준화된 지표들을 선호한다.
두 번째 가치는 '감사를 통한 데이터 유효성 검증'이다. 투자자들이 구체적으로 검증을 원하는 데이터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투자자는 규제 준수 관련 데이터, 온실가스 배출량 및 관련 탄소 비용, 경영 체계의 품질 등의 요소에서 데이터가 부정확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감사와 검증을 원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성에 투자하는 회사는 비용과 평판이 회사의 수익을 좌우하므로 에너지 효율성 데이터는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투자자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ESG 요소를 바탕으로 한 재무적 영향 모델링'이다. 만약 한 회사가 온실 가스 배출량을 10%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면 투자자는 이를 어떻게 비용과 수익적 가치, 즉 재무적 영향 모델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데이터와 분석 기술의 발달과 함께 ESG 관련 사안의 성숙도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s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 TCFD) 원칙을 중시하지만 자연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 TNFD)에 대한 수요는 아직 적다. 관련 데이터와 분석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회사가 TNFD에 보고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해당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ESG 데이터를 사용해 기업이나 자산의 재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직 시장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ESG 정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식이나 채권 같은 고정 수익 상품의 가격을 계산하는 공식도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시나리오와 모델을 만들어 자산을 재평가한다. 시나리오를 통해 탄소 가격 상승 혹은 하락 예상과 같은 미래 시장 상황을 ESG 요소를 고려해 검토하고 그다음 모델링을 통해서는 탄소 가격이 오르는 시나리오가 투자 비용 상승에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 위 칼럼은 최고 경영자를 위한 경영정보 지식 충전소 <CHIEF EXECUTIVE> 2023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전민구 리브릿지 대표(rebridge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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