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준다는 이 종목 사볼까”…‘주가 올릴 계획 만들라’는 숙제 받았다는데 [뉴스 쉽게보기]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투자의 대세는 주로 고속 성장을 기대할 만한 미래 산업 분야 기업들이었어요. 주목할 만한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관련 주식들이 빠르게 가격을 높였어요.
최근 몇 달간의 트렌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주식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주제를 ‘테마’라고 하고, 이 주제에 밀접하게 연관된 주식들을 묶어 테마주라고 부르는데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배터리) 관련 소재, 챗GPT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이 주목받은 대표적 테마였죠.
이런 가치주는 ‘저평가 우량주’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그만큼 현재 주가에 비하면 실적이 좋고, 기업이 보유한 자산도 많은 우량 기업이라는 뜻이에요. 보통 은행·증권·보험, 통신, 석유화학, 철강, 건설, 자동차 등 전통적인 산업의 회사들이 대표적이에요. 이미 충분히 성장한 이런 산업이 미래에 고속 성장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성장주나 기술주에 비하면 현재 주가는 낮게 평가(저평가)되는 편이에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다른 주요국 시장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말해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하나의 원인을 꼽기는 어렵지만,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에 비해 낮은 주식시장 신뢰도, 일반 주주보다 대주주(재벌)를 중시하는 경영 문화 등이 대표적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들이에요.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꽤 꽂혀 있는 것으로 보여요. 윤석열 대통령은 이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10월에 선언했던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였어요.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니, 투자자들은 ‘정부가 밀어주는 저평가 우량주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기업의 현재 주가가 비교적 높게 평가된 상태인지, 아니면 저평가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는 다양해요. PBR은 이런 가치 판단에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기준 중 하나예요.
PBR(Price to Book-value Ratio)이란 현재 주가를 해당 기업이 보유 중인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에요.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고요. 쉽게 말해 당장 한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고 → 빚도 모두 갚은 다음 →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순자산)과 주식 가치를 비교해 보는 수치인 거죠. 두 값이 같다면 PBR은 1이 돼요.
저평가된 기업들의 주가를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국내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예요. 실제로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 정도인데,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인 S&P500지수(4.6)나 일본 니케이 시장 평균(1.4)에 비하면 확실히 낮거든요. 물론 제조업 위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과 정보기술(IT) 중심의 해외 기업 PBR을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존재해요.
정부가 기업에 주가를 올릴 계획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몇몇 조치들이 있어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늘리기 등을 발표할 수 있죠. 주주들에게 기업의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대표적 방식들이에요. 보통 주식 시장에서 호재로 여겨지는 결정들이죠. 벌써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도 있어요.
당장 수익을 기대하는 주식 투자자들은 당연히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존재해요. 정부 정책에 효율적으로 호응하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늘리기처럼 기업의 현금이 들어가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모든 기업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정부의 정책에 따르려다가 미래 투자에 써야 할 자금이 부족해질 수도 있겠죠. 이런 경우 기업의 가치를 올리려던 조치가 오히려 기업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여느 테마주 열풍처럼 저PBR 주식도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로 거품을 만들어내고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 또한 많이 나오고요.
한국 기업들이 적정 수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정책.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인데요. 정부의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테마주 열풍에 그치게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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