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팝니다"…국내 최초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의 IPO 도전기[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코스닥 상장으로 시가총액 600억원 목표, 경쟁 심화로 실적 성장세 둔화는 걸림돌
날씨를 팔아 코스닥 상장까지 노리는 기업이 있다.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이 회사의 이름은 케이웨더다. K팝을 시작으로 K를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기상청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97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기상기업이다. 국내 4000여 개의 회원사에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월 기업가치 600억원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날씨 정보로 경영 컨설팅까지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기상사업자는 1000여 곳이다. 이 중 장비업이 954곳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예보업 35개사, 컨설팅업 62개사, 감정업 7개사 등이다. 케이웨더는 감정업을 제외한 분야의 기상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기상예보, 기상컨설팅, 기상정보 제공, 공기질 관리 등 기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업을 하는 셈이다.
케이웨더의 국내 기상데이터 유통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20여 년 이상 축적한 기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상 정보 플랫폼을 구축한 덕분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 기상 예측 서비스가 경쟁력으로 꼽힌다. 2023년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기상기후서비스 산업 브랜드평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독자적인 민간 예보뿐만 아니라 홈쇼핑, 유통업, 건설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합한 맞춤 기상데이터도 제공한다. 날씨 변화에 따라 제품의 수요를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등 경영 정보를 통한 컨설팅 사업도 한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기상 빅데이터 플랫폼 및 공기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군소업체가 많은 기상 산업에서 높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상 사업은 특성상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기상예보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축적된 기상데이터, 기상모델, 전문 예보관을 갖춰야 한다. 고객 맞춤 지역기상예보, 전담기상예보, 장기 기상정보 등은 전문적인 기술을 축적하고 장기간 산업군별 지식도 축적해야 한다.
미세먼지 측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측정치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국가관측망 외에도 IoT 기반의 미세먼지 관측망이 필수적이다. 또한 독자적인 수치예보 모델, 전문 미세먼지 예보관,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보 정확도 향상 시스템 등의 전문적인 기술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케이웨더는 기상 빅데이터 플랫폼과 공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렸다. 기상 빅데이터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필요해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선 SKT와 KT 등 통신사가 공기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민간 플랫폼을 구축했을 정도로 플랫폼 개발과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이 회사는 환기청정기, 공기측정기 같은 기상 관련 장비 사업도 병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기상업계 최초 상장 도전
케이웨더는 2022년까지 실적이 꾸준히 성장했다. 2020년 114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117억원, 2022년 174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작년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엔 14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16%가량 줄었다. 지난해 10~11월 매출은 18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원)보다 50% 늘었지만, 12월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최근 민간 예보시장에 경쟁자들이 많아지면서 예전만큼 매출이 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기상예보서비스업체는 케이웨더가 유일했지만 최근엔 30여 개로 늘었다. 회사 측은 전체 매출 중 공기청정 솔루션의 매출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3분기 영업적자는 20억원이었다.
케이웨더는 2025년 매출 349억원, 영업이익 77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당기순이익은 59억원으로 전망했다. 날씨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향후 환기청정기 시장 확대를 통해 회사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웨더는 2월 시가총액 600억원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면 기상업계 최초의 상장사가 된다. 국내에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갖춘 기업의 상장 사례가 없어 상장 예비 심사만 약 8개월이 걸렸다. 작년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연초 공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따라 IPO 일정이 2주가량 연기됐다. 지난해 하반기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심사가 강화되면서다.
케이웨더는 이번 공모로 100만 주를 모집한다. 100% 신주 모집이다. 희망공모가는 4800~58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75억~575억원이다. 상장 직후 유통할 수 있을 주식 수는 전체 993만9614주 중 36.69%(364만7106주)다.
회사 측은 공모가 산정 때 비교기업으로 경동나비엔, 하츠, 웨더뉴스 등을 선정했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및 환기청정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하츠는 실내 공기청정 시스템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웨더뉴스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상정보업체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지난 4개 분기의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비교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6.3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평가액 6750원에서 14~29% 할인해 4800~5800원으로 제시했다.
IPO를 통해 확보하는 공모자금 45억원은 전액 환기청정기 생산 설비에 사용한다. 회사 측은 상장 후 기상 측정 시스템을 통해 공기 질을 분석하는 등 타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는 “전문성에 기반한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산업과 공간에 환기청정 솔루션을 적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상장 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국내 대표 기상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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