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에 ‘비위 법관 가족 31명 개인정보’ 넘겼는데···임종헌 재판부 “사회상규 위배 아냐”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비위 법관 관련 영장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비위 법관의 가족 31명 신상정보를 넘긴 게 ‘정당한 사법행정’이라며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는 개인정보를 누설한 위법한 행위라면서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며 처벌을 면해줬다. 법원 내부에서 사법행정 목적으로 남의 개인정보를 활용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의 임 전 차장 판결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2016년 6월 김현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에게 ‘정운호 게이트’ 연루 판사의 가족들 이름과 생년월일을 문건으로 정리해달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임 전 차장은 문건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관련 각종 압수수색·구속 영장을 심리하고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비위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비위 법관의 가족들 개인정보를 영장판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이는 직권남용이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직권남용이 아니라 정당한 사법행정 업무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은 법관 비위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 징계, 언론 대응 업무 등 사법행정 업무의 적절한 수행을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의 비위 관련 정보는 법관의 공정성과 청렴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일반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법관에 대한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신광렬 형사수석부장이 “(임 전 차장은) 문건에 기재된 사람들에 대한 계좌추적영장이 발부되면 그 결과를 알려달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재판에 관해 구체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내린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게 근거가 됐다.
법원 “사법신뢰 훼손 방지 필요…법원 내부적으로만 활용”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한 개인정보의 누설이라는 것 자체는 인정했다.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기서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사라진다’며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20조를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31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신광렬 등에게 누설한 목적은 법관 비위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적절한 사법행정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었으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다.
이어 “법관 비위 의혹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이 관련자들의 가족 개인정보를 서울중앙지법에 제공해 그들에 대한 각종 영장 발부 여부를 확인하려는 조치는 법관들의 비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수단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관들의 비위 의혹이 언론에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경우 사법신뢰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그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했다고 보인다”며 “정보주체들에 대한 법익 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법관과 재판 독립의 원칙에 따라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은 ‘별개’이고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사법행정 목적으로 ‘법원 내부’에서만 개인정보를 활용했으니 괜찮다는 취지다. 이는 피고인들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1910132156005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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